2월 국회가 환경노동위원회의 날치기 논란으로 수일째 국회 파행이 지속되면서 우려했던 ‘빈손 국회’가 현실화되고 있다. 여야는 또다시 ‘빈손’ 논란에 휩싸였지만, 여전히 정치적 해법의 모색 없이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네탓 공방’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행의 발단은 지난 13일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야당이 청문회 안건 등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킨데 대해 여당인 자유한국당이 반발하면서 상임위 ‘보이콧’을 선언하면서다. 이번 파행은 대선을 겨냥한 여야의 힘겨루기 성격도 띠고 있어 특단의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 한 정상화까진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걱정이다. 여야는 2월 국회 시작을 앞두고 개혁 및 민생입법의 신속한 처리를 다짐했었다. 특히 2월 국회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을 앞두고 열리는데다 조기 대선정국으로 가는 길목에서 열리게 돼 그 어느 때보다 관심과 기대를 모았었다.

 이를 의식한 듯 여야는 민생관련 법안을 비롯해 첨예한 입장차를 드러냈던 경제민주화 법안,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등 검찰개혁 법안, 노동개혁 법안 등에 대한 회기 내 처리를 공언했었다. 하지만 여야는 시작부터 삐걱거렸고 중반에는 공전 사태를 야기하는 구태를 재현하기에 이르렀다. 파행의 기저에는 대선 여론전과 힘겨루기 등 여야의 정치적 셈법과 의도가 깔려 있음은 주지하는 바다. 먼저 상임위 내 수적 우세를 무기로 표결을 밀어붙여 과거 다수 여당이 일방 통행식으로 자행하던 날치기 처리라는 악습을 되새김함으로써 파행을 야기한 야당의 오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국정농단 책임론의 후폭풍으로 좌초 직전까지 갔다가 당명까지 바꾸며 새 출발을 약속하고도 상임위 보이콧이라는 구태를 연출한 집권여당도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지금 나라는 누란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정치권이 지금 우리가 대내외적으로 처한 최악의 위기상황을 인식하고, 국민의 어려움과 절박함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이럴 순 없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김정남 피살로 한반도 외교·안보상황은 더욱 위태롭다. 특히 조류인플루엔자(AI)에 이은 구제역, 한파와 폭설에 따른 농축산물 가격 폭등, 경기침체에 따른 구조조정, 임금 체불 등 각종 악순환 요인들이 겹치면서 서민의 고통은 극에 달하고 있다. 정치권은 서민의 신음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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