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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남현 인천시 계양공원사업소 공원관리팀장
인천에서 계양산은 과연 어떠한 산인가? 계양산은 예로부터 강화 마니산(469m)과 마주하고 있다 해서 마니산을 형산(兄山), 계양산을 아우산(弟山)이라고 불렀다 한다. 계양산은 해발 395m로 인천 육상부에서 가장 높은 산이요, 인천의 오랜 역사를 간직한 산이다. 한남정맥의 중심으로서 인천 도심에 우뚝 서 인천의 골격을 이루는 주산이며, 옛 부평 읍치 문명의 발상지로서 고산성이 있었고, 구한말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기 위해 민중의 마음을 모아 쌓았다는 중심성이 있었던 유서 깊은 산이다. 18세기에 제작된 동국여지도 등 고지도에 안남산(安南山)과 계양산(桂陽山)이 혼용 표기된 것으로 보아 계양산의 명칭은 18세기 이후에 정착된 것으로 보인다.

 계수나무와 회양목이 많이 자란다고 해 계양산(계수나무 桂, 회양목의 陽)이라는 명칭이 생겼다는 설이 있다. 과연 그럴까? 수목 생태적 관점에서 살펴보면 계수나무는 일본이 원산지인 나무이고, 회양목(淮陽木)은 과거에는 황양목(黃楊木)으로 불리던 나무다. 정조 20년(1796.3.17.) 실록에는 ‘황양목(黃楊木)을 사용해 크고 작은 글자 32만여 자를 새기어 생생자(生生字)라고 이름 했다는 기록이 있다. 회양목은 재질이 균일하고 치밀해 목활자, 호패, 표찰, 도장, 머리빗, 장기알 등의 용도로 다양하게 쓰여 공물에 포함됐다. 회양목은 강음수(햇빛을 적게 받아도 잘 자라는 나무)로서 지금도 계양산 북사면에 자생하고 있다. 하지만, 계수나무가 자생했다는 기록은 없으며 자생하지도 않는다. 현재 계양산에 자라고 있는 계수나무는 계양산의 유래를 복원한다는 목적으로 조림한 것이다. 또한, 중국에서 ‘계(桂)’는 계피나무류, 목서나무류 등 향기 나는 나무를 일컬었다. 따라서 계수나무와 계양산의 명칭은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서울과 부천, 김포 방향에서 인천으로 진입할 때 가장 먼저 인천에 도착했음을 알려주는 산이 바로 계양산이다. 우뚝 솟은 산맥, 부드러운 능선, 오랜 역사성을 간직한 그 자태는 아름답게 다가와 인천임을 알리는 랜드마크 역할을 한다. 계양산은 인천 생태계의 보고(寶庫)이다. 동쪽에 서식하고 있는 서어나무 군락지는 아름드리 고목으로 극상림을 이룬다. 깽깽이풀 등 각종 야생화와 습지식물의 서식은 계양산의 생태계가 건전함을 말해준다. 또한 계양산에는 반딧불이가 서식하고 있다. 도심지에 반딧불이가 서식하는 것은 보기 드문 사례이다. 과거에는 애반딧불이와 늦반딧불이만 발견됐었지만, 최근에는 파파리반딧불이도 발견돼 우리나라에서 서식하는 3종을 모두 볼 수 있다. 무주반딧불이 축제에 가지 않아도 생활권에서 반딧불이를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쉽게 계양산의 자연을 즐기며 건강 100세 시대를 향유할 수 있는 인천시민은 참으로 행복한 시민이다. 계양산을 찾는 이용객은 매년 310만 명에 이른다. 인천시민이 1년에 한 번씩은 찾아오는 신성한 산이라고 할 수 있다. 계양산의 면적은 산 정상 지역과 중구봉 지역을 모두 합하면 약 1천223만9천㎡에 이르고, 중구봉 지역을 제외한다면, 약 640만㎡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1944년 대정공원 등 3개의 공원이 계양산 지역에 고시되면서 계양공원이 태동하게 됐다. 몇 해 전까지 552만2천㎡ 규모로 유지돼 오던 것이 2013년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해제·변경되면서 34만4천㎡로 축소되고 말았다. 2016년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 ‘국가도시공원’ 제도가 시행됐는데 300만㎡ 이상 규모가 돼야 국가도시공원이 될 자격이 된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인천에는 국가도시공원으로 지정할 만한 규모의 공원이 없는 실정이다. 보상비를 국비로 지원받는다는 전제하에 계양산 약 640만㎡를 ‘국가도시공원’으로 지정하는 검토가 필요하다(법률 개정에 지역 국회의원의 관심과 도움 필요함). 시민은 아직도 미집행된 373곳 2천97만7천㎡의 도시공원이 빨리 조성되기도 원하지만, 역사적으로 상징성을 지니고 있는, 유서 깊은 인천의 계양산을 대규모 ‘국가도시공원’으로 정해 보존하면서 힐링할 수 있는 그린인프라로서 후손에 길이 물려주기를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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