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살면서 다양한 상황에 따라 흥분으로 표현되는 떨림을 접하게 된다. 초등학교에 들어가 첫 선생님을 만나는 떨림에서부터 첫사랑을 만났을 때 그리고 결혼해 아이를 얻었을 때 등 살면서 겪는 흥분을 흔히 떨린다는 표현을 빌어서 쓰고 있다. 최근 부산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북한선수뿐 아니라 미모의 여성들로 구성된 북한의 꽃미녀 응원단은 우리에게 또 다른 떨림으로 다가오고 있다. 남북이 갈라져 총칼을 맞대고 있는 상황에서 그리고 그동안 학교에서 배워왔던 관제교육의 산물인 뿔 달린 북한사람들을 연상했던 우리들에게는 이들을 가까이서 보고 느낀다는 것 자체가 벅찬 흥분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응원단 움직임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려는 언론이나 벌써 이들의 매니아가 돼 버린 우리 국민이나 벅찬 감정이야 속일 수 없을 것이다. 하나같이 예쁘다느니 성형수술을 하지 않은 천연미인이라느니 이상한 방향으로 관심이 모아져 여성을 외모로 판단한다는 천박함을 꾸짖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현란한 응원율동과 재치있는 말솜씨까지 곁들여져 독특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그 덕분에 아이와 노인 구분없이 온 나라 국민들의 통일열기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아직도 일부에서는 미모의 여성만을 뽑아보낸 북의 속셈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있고 이를 경계하기보다는 더 가까이 다가서려는 모습에 심기가 불편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남북이 자주 만나면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이 더욱 폭넓어질 수 있으며 이해 폭이 커진다면 상대의 처지를 바꿔놓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유도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당장 이념의 벽을 넘기 힘들다면 감동과 흥분을 동시에 만족시키고 인간적인 면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낼 수 있는 스포츠교류가 시급하다. 아시안게임에서 경기 개최전 논란이 됐던 인공기 응원문제도 남북이 하나돼 흔들어댄 남북단일기의 펄럭임에 우리의 조급증만 또 한번 부끄럽게 드러났다. 부끄러움을 넘어 새로운 떨림을 준비하기 위해서도 남북이 하나되기 위한 교류의 물꼬를 다양하게 터야 할 것이다.
(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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