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권하에서 마지막일 가능성이 높은 2월 임시국회가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지만 유종의 미를 거두긴 어려울 듯하다. 야권은 경제민주화 법안, 여당은 경제활성화 법안이라는 서로 상반된 이념과 가치를 내세우며 대립하고 있다. 시대에 역행치 않고 경제도 훼손치 않는 정치권의 건설적인 합의가 절실한 때다. 이런 논쟁의 중심에 소위 ‘정경유착 근절법’이라고 불리우는 상법개정안이 있다. 야당은 대주주가 사내외 견제를 받지 않고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출연함으로써 국정농단이 촉발됐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주주의결권 3%를 더욱 제한하는 ‘감사위원 분리선임’, 몰아서 한군데에 투표할 수 있게 하는 ‘집중투표제 의무화’, 근로자를 대표하는 ‘사외이사 의무선임’ 규정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 규정이 도입될 경우 아무 문제 없이 정경유착은 근절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경영권을 쥔 대주주는 시선을 미래에 두고, 장기적 기업가치를 높이고자 튼튼한 체력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 이에 비해 투기세력은 현재만 본다. 매매차익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체력이 약해지든, 거품이 생기든 차익만 생긴다면 무슨 일이든 한다. 2003년 소버린은 대주주 3% 의결권 제한 규정에 막힌 SK(주)를 농락하며 1조여 원의 거금을 챙겨갔다. 한마디로 상법개정안이 ‘해외 투기세력의 장난질’만 활성화시킬 게 불 보듯 뻔하다는 뜻이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선진국에선 경영권 보장을 위해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중국 기업인 알리바바가 자국시장이 아닌 뉴욕 증시에 상장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와 같은 흐름을 무시하고 부작용이 뻔한 제도를 아무 방비없이 통과시킨다면 결국 우리 기업만 경영권을 빼앗기거나 단기 차익의 희생양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금융시장에선 4월 위기설이 대두될 만큼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한·중, 둘 중에서 한 곳만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돼도 무역·금융이 동시에 손상될 수 있다. 북핵 문제, 사드 배치에 따른 피해는 이미 시작됐다. 구조조정 실패, 높은 실업률 등 국내 요인도 만만치가 않다. 지금은 오히려 상법을 자유적 시장경제 원리를 높이는 방향으로 개정해야 할 때다. 빈대 잡으려 초가삼간 다 태워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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