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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평택대학교

평택대학교 조기흥 명예총장과 그의 친척이 일으킨 성범죄로 인해 대학은 물론 지역사회가 큰 충격에 빠졌다.

대학내 안팎에서는 친인척 위주의 무분별한 인사 전횡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학내에는 총학생회, 노조 등 이를 견제할만한 기구나 조직은 마땅히 없는 상황이다.

비뚤어진 온정주의를 야기할 수 있는 학내 상황은 평택대 전신인 피어선기념성경학원의 설립자 피어선(Arthur Tappan Pierson) 선교사가 추구했던 교육이념마저 무색케 하고 있다는 비판이어서 본보는 총 3회에 걸쳐 그 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평택대학교 내 문제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조기흥 평택대 명예총장의 대학 내 친·인척 위주 인사 전횡이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평택대에 따르면 최근 직원을 성폭행한 혐의로 피소돼 검찰에 넘겨진 조 명예총장은 1996년 3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20여 년간 평택대 총장직을 수행해 왔다.

현재는 명예총장에 머물며 학사행정 일선에서 물러난 듯 보이지만 아직까지 대학 내에서 그의 절대적 영향력은 계속되고 있다. 그의 친·인척이 학교 주요 보직을 맡으며 학사행정을 좌지우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그의 둘째 딸은 현재 학교의 재무·회계를 책임지는 총무처장을 맡고 있다. 넷째 딸도 이 대학 시각디자인학과 교수에 재직 중이며, 글로벌평생교육원 부원장을 겸직하고 있다.

조 명예총장 아들 중 한 명은 신학전문대학원 부교수로 있으며, 얼마 전까지 학교 행정의 가장 요직으로 꼽히는 기획조정본부장을 맡았다. 그는 최근 있었던 인사발령에 따라 국제처장으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조 명예총장의 자녀들뿐만 아니라 조카들 역시 주요 부서 간부로 재직하며 ‘족벌 경영’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조카 A씨는 취업진로처 취업지원센터 내에서 팀장직을 맡고 있고, 조카 B씨는 교무처에서 학사지원팀 계장이다.

또 다른 조카 C씨는 총무처 관재시설팀장으로 발령을 앞두고 있으며, 조카사위인 D씨는 기획조정본부에서 예산통계팀장을 맡고 있다.

대학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 내에서도 조 명예총장은 입김은 막강한데, 이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조 명예총장의 인맥으로 채워졌다는 게 대학 내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조 명예총장 역시 여전히 이 학교 이사로 등재돼 있다.

대학 내 한 고위 간부는 "이사장을 비롯한 대부분의 이사가 사실상 허수아비"라며 "이사회가 열려도 조 명예총장의 의견에 동의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학내 인사구조는 문제가 터질 때마다 제기될 수 있는 ‘제 식구 감싸기’ 논란에서도 벗어나기 힘들다.

조 명예총장의 조카 C씨는 앞서 수년간 같은 부서 여직원을 훔쳐보면서 몰래 사진을 찍는 등 추행한 사실이 드러나 3개월의 정직처분을 받았지만, 대학 측은 징계가 채 끝나기도 전에 또다시 피해 여직원과 같은 부처로 발령을 냈다.

만약 C씨가 조 명예총장의 친족이 아니었다면 이처럼 하나 마나한 징계는 절대 안 나왔을 것이라는 게 대학 직원 및 학생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평택대 교수회 소속의 한 교수는 "조 명예총장의 반민주적인 대학 운영은 이미 대다수 교직원의공분을 사고 있으며, 실제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직원도 있다"며 "사학을 세습·사유화하기 위해 자식들에게 주요 보직을 주는 독단적인 인사발령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평택대 관계자는 "조 명예총장의 일가가 주요 보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도 아닌데 이들이 학교를 장악했다고 보는 것은 무리다"라며 "조 명예총장의 영향력이 크다는 일각의 주장도 근거 없는 소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평택=홍정기 기자 hjk@kihoilbo.co.kr

강나훔 기자 hero43k@kihoilbo.co.kr

임성봉 기자 bo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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