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택대학교 대학 본관.
▲ 평택대학교 본관.
조기흥 평택대학교 명예총장이 인사 전횡을 일삼으며 대학을 장악할 수 있었던 데는 총학생회, 노동조합, 교수회 등 마땅한 견제기구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1일 평택대에 따르면 학생대표기구인 총학생회(이하 총학)는 1994년까지 존재했으나 같은 해 "학내 비리를 척결해야 한다"며 총장실을 점거했다가 이후 별다른 학내 비리가 확인되지 않으면서 20여 명의 간부가 제적 처분을 받고 1995년 와해됐다. 이후 총학은 각 학과의 학회로 구성된 ‘학회연합회’ 형태로 전환됐다.

그러나 학칙에 존재하지 않는 기구인 동시에 일부 학생과 교수 사이에서는 연합회가 학교 측의 절대적 지원을 받는 ‘어용단체’여서 학생대표기구로서 제 역할을 못했다는 비난이 일었다.

조 명예총장의 성추행 혐의 사실이 알려진 최근에서야 학내에서는 학생들과 교수들을 중심으로 총학생회를 재건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기 시작했지만 연합회는 아직까지 총학 재건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다.

교수회 역시 학칙상에는 존재하는 기구였지만 그동안 실질적인 활동은 전무했다. 실제 대학의 발전계획을 비롯해 학칙 제·개정 권한을 갖고 있는 ‘대학평의원회’에도 교수회의 추천 없이 대학 측에서 임의로 교수들을 선정해 위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학칙에는 평의원회 구성원 가운데 교원(교수) 5명은 교수들의 추천을 받아 위촉한다고 명시돼 있다.

교수들은 조 명예총장의 성추행 사건 등 일련의 부정이 드러나면서 뒤늦게나마 교수회 조직 정비에 나선 상태다. 현재 교수회의 권한과 역할을 규정하기 위한 학칙 개정 작업 중에 있으며, 오는 24일 교수전체회의에서 이를 발표하고 안건을 상정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학에는 노조와 같은 교직원 협의체도 없어 불합리한 인사 문제 등에 대해 불만을 표출할 길이 전혀 없다.

이처럼 조 명예총장의 의사결정에 반기를 들 수 있는 기구가 아예 없거나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그동안 학사행정이 명예총장 의지대로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다는 게 내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교수회 한 관계자는 "조 명예총장이 학내 견제기구가 만들어지는 것을 극도로 꺼려 해 학내 구성원들의 대표 조직을 만들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며 "그 결과 조 명예총장이 평택대를 20년간 좌지우지했고 결국 대학 전체가 위기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한편, 학내 견제기구가 필요하다는 구성원들의 빗발치는 요구에 지난 2일 교무회의에서 학생회, 직원회, 교수회를 인정한다는 내용의 안건이 통과됐고 이필재 총장이 12일 이를 공식 발표했다.

평택=홍정기 기자 hjk@kihoilbo.co.kr

강나훔 기자 hero43k@kihoilbo.co.kr

임성봉 기자 bo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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