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향토기업 2세 경영인 L씨가 뒷돈을 챙기느라 2015년 1월 헐값에 팔아넘긴 인천시 중구 영종도의 레미콘(왼쪽)·아스콘 공장. 최민규 기자 cmg@kihoilbo.co.kr
알토란 같은 인천 향토기업 K사를 몰락의 길로 내몬 2세 경영인 L(52)씨<본보 2월 20일자 1면 보도>의 자산 매각(M&A) 수법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바지사장을 내세워 인천국제공항 건설공사 물량을 독점 공급했던 레미콘과 아스콘 공장을 헐값에 넘겨 거액의 뒷돈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레미콘과 아스콘 공장을 팔고 산 L씨와 S사는 금융권에서 대출금을 많이 받기 위해 실거래가보다 4.5배나 부풀려 허위 매매계약서를 작성했다. S사 역시 사들인 레미콘 공장을 되팔아 채 1년도 안 돼 수십억 원의 차익을 남겼다.

21일 K사 내부 고발자들에 따르면 L씨는 2015년 1월 21일 100% 지분을 갖고 있는 아스콘 공장 매매계약을 S사와 체결했다. L씨와 S사는 1주당 액면가 6천500원으로 따져 매매가를 13억 원으로 정했다. 한 달 뒤 L씨와 S사는 같은 날짜로 계약 내용을 변경했다. 1주당 액면가를 5천 원으로 떨어뜨려 매매가를 10억 원으로 고쳤다. 매매계약 변경으로 생긴 차액 3억 원은 K사 통장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S사 대표에게서 3억 원을 직접 받아 L씨에게 건네졌다. 계약서를 바꾸고 L씨에게 3억 원을 전달한 인물은 경인항(김포) 컨테이너부두를 운영하는 K사의 계열사 김포터미널㈜의 대표인 바지사장 J(54)씨였다.

레미콘 공장 매각도 같은 수법을 써 회사 돈을 빼돌렸다. L씨가 지분 50%를 갖고 인천국제공항 건설물량을 납품하던 레미콘 공장의 매매계약서를 같은 날 S사와 작성했다. 1주당 액면가를 3만2천 원으로 정해 매매가가 32억 원이었다. 한 달 뒤 매매계약서는 1주당 액면가를 2만9천500원(매매가 29억5천만 원)으로 수정됐다. J씨는 차액 2억5천만 원 역시 S사 대표에게서 직접 건네받아 L씨에게 전달했다. L씨와 S사는 아스콘 공장 매매 과정에서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금을 더 받기 위해 1주당 액면가를 2만2천500원(매매가 45억 원)으로 가짜 계약서를 별도로 작성했다.

S사는 또 레미콘 공장의 1주당 액면가를 6만5천 원(매매가 65억 원)에 나머지 50%의 지분을 보유한 I사에 팔아넘겼다. S사는 2014년 10월 K사가 소유했던 서구 원창동 레미콘 공장의 터와 제조시설을 105억3천여만 원에 사들이기도 했다. 내부 고발자들은 L씨와 J씨가 회사 돈을 빼먹기로 작정하고 아스콘과 레미콘 공장을 팔아넘겼다며 비리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내부 고발자들은 L씨가 아스콘 공장을 팔 당시 아스콘 50만t(1t당 4만2천 원)을 납품하기로 인천국제공항공사와 계약을 맺어 210억 원 정도의 매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굳이 공장을 팔 이유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한편, L씨는 가족이 있는 미국으로 출국할 채비를 하고 있다.

박정환 기자 hi21@kihoilbo.co.kr

이승훈 기자 hun@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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