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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영화의 매력은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미래의 시공간으로 관객들을 초대한다는 데 있다. 인류의 먼 훗날에 대한 다양한 예견 속에서 SF영화는 하나의 철학적 지표를 설정하고 그 공간을 가시적으로 창조해 낸다. 보편적으로 우리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것은 최첨단의 세련된 미래도시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유토피아적 상상력이지만, 때로는 묵시록적 종말론에 가까운 비극적 미래상이 그려지기도 한다. 오늘 소개하는 영화 ‘칠드런 오브 맨’은 2006년도에 개봉된 작품으로 영화 속 시공간은 2027년을 배경으로 펼쳐지지만, 이는 마치 오늘날의 현실을 예언한 듯한 섬뜩한 통찰력이 살아있다.

 2027년, 전 인류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출산 능력을 상실했다. 거의 2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인류는 단 한 명의 새 생명도 만나지 못했다. 세계는 폭동과 테러로 인해 생지옥을 방불케 했고, 대부분의 국가는 정부의 기능을 상실했다. 오직 영국만이 미미하게나마 국가의 기능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영국은 불법 이민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고, 불법 이민자는 색출되는 즉시 격리돼 반인간적인 대접을 받아야만 했다.

 한때 사회운동가로 활동했던 테오는 더 이상 세상 문제에 관심이 없다. 20여 년 전, 전염병으로 아들을 잃고 그 여파로 아내와 이혼한 후 그는 은둔자처럼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 그 앞에 느닷없이 전부인이 나타나 한 흑인 소녀를 도와 줄 것을 요청한다. 전부인은 일명 ‘휴먼 프로젝트’라 불리는 ‘미래(tomorrow)호’라는 안전한 배에 소녀를 도피시켜 줄 것을 부탁하는데, 놀랍게도 소녀는 임신 중이었다. 세상을 등진 채 죽음의 순환만이 남은 비극적 현실에 순응하던 테오는 새 생명이라는 희망을 잉태한 한 소녀를 무사히 탈출시키기 위해 다시 세상 앞에 나선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SF영화 ‘칠드런 오브 맨’은 밝고 희망찬 내일보다는 암울한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예견한 작품이다. 11년 전 개봉한 이 영화는 현재 기준에서도 미래인 2027년을 표현하고 있지만, 작품이 보여 준 모습은 요즘의 현실과 너무도 닮아 있다. 우선 저출산의 공포는 이미 국내외를 막론하고 인류의 커다란 고민이 된 지 오래다. 뿐만 아니라 영화 속에는 다양한 이념의 대치, 정치 및 종교 갈등으로 인한 세상의 분열을 보여 주고 있는데, 특히 불법 이민자 문제가 눈에 띈다. 이는 최근 반이민 정책 및 반난민 정책 등으로 나타나는 다른 인종에 대한 거부와 무관심이 야기할 수 있는 폭력적인 사태를 종말론적 시각으로 보여 주고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의 진정한 가치는 우리의 문제점을 목도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영화 ‘칠드런 오브 맨’은 죽음과 공포, 폭력과 혼란, 질병과 이기심 등이 야기한 묵시록적 세계라 할지라도 희망의 씨앗이 충분히 싹틀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기심을 버리고 타인을 배려하고 생각해 주는 이타심을 조금이나마 키운다면 하나의 생명과 하나의 평화가 멀지 않았음을 영화는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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