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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제 불은초등학교장
비선실세들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대통령 탄핵과 퇴진 촉구 촛불집회 등으로 2016년은 우리 모두에게 힘들고 아픈 해였다. 교육계 또한 그 어느 때보다 커다란 사건과 충격으로 채워진 한 해였다. 지금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국정교과서 추진을 비롯해 신안의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 불만을 품은 학부모가 흉기로 교감을 위협한 사건 등의 교권침해는 교단뿐 아니라 우리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김영란법으로 명명되는 부정청탁금지법 시행, 정유라의 이화여대 특혜 입학 등 그야말로 바람 잘 날이 없었던 한 해였다.

 지난 12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전국 유·초·중·고 및 대학 교원 1천1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교육 10대 뉴스를 살펴보면, 김영란법 시행이 1위(867명, 78.7%)를 기록했고, 2위는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786명, 71.3%), 국정 역사교과서 추진 논란이 3위(777명, 70.5%)로 나타났고, 정유라 입학특혜 (655명, 59.4%)가 뒤를 이었다. 복수응답으로 조사한 교육 10대 뉴스에는 이 밖에도 성과급제 개선 요구 봇물(622명, 56.4%), 교권보호법 개정 및 처벌 강화(551명, 50.0%), 장기결석생 학대 사망 충격(448명, 40.7%), 찜통 냉장고 교실 되풀이, 전기료 20% 인하(406명, 36.8%), 중학교 자유학기제 전면 시행(393명, 35.7%), 중금속 우레탄, 석면교실 학생 안전 우려(363명, 32.9%) 등이 포함됐다.

 모든 국민의 지대한 관심사인 교육문제이기에 정권마다 높은 비중과 우선순위를 두고 노력해도, 줄어들거나 해소되지 않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그 원인을 ‘왜 학교를 다니고 공부해야 하는가?’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실체적 의식에서 찾아 볼 필요가 있다. 공부를 하는 실제 이유를 살펴보면 교육 본연의 목적과는 별개로, 좋은 대학에 가거나 좋은 직장을 가지려고, 좋은 결혼 상대를 만나기 위해, 고생 안하고 부유한 생활을 위해,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기 위해 등 사회적 신분 상승과 명예, 경제적인 풍요 등의 이익을 얻기 위해 중요하다는 것이 대부분 사람들이 생각이다. 이러한 의식과 문화는 교육을 통해 획득한 학력과 성적이 경쟁력이 돼, 직업과 직책 급여 등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결국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의 교육열이 사람다운 사람을 기른다는 본연의 목적과는 달리, 오히려 이기심을 충족시키는 핵심 수단 역할을 교육이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搜不遠千里而來(수불원천리이래) : 천리를 멀게 여기지 않고 찾아 오셨으니, 亦將有以利吾國乎(역장유이리오국호) : 역시 장차 우리나라에 이익을 주시려는 것입니까?

 양혜왕의 물음에 맹자는 이렇게 답한다. 王何必曰利(왕하필왈리) : 왕께서는 하필이면 이익을 말씀하십니까? 亦有仁義而已矣(역유인의이이의) : 오직 仁과 義가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설명한다. "왕이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에 이로울까?’ 하면, 대부들은 ‘어떻게 하면 내 집이 이로울까?’할 것이며, 선비들과 서인들은 ‘어떻게 하면 내 집에 이로울까?’ 하게 돼,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서로 이익만을 취하게 되니 나라가 위태로워질 것입니다. 어질면서 어버이를 버린 자가 없었고, 의로운 자로 임금을 내친 자는 없었습니다. 오직 仁과 義가 있을 뿐 하필이면 이로움을 말씀하십니까?"

 교육은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바람직한 인간, 사람다운 사람으로 기르기 위한 것이 교육이다. 그러므로 당연히 교육 받을수록 어질고 바른 사람이 돼야 한다. 하지만 공부를 잘해 명문학교를 나왔거나 높은 학력을 가진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서 보여주는 얼굴은 이와는 사뭇 다르다. 좋은 직업이나 권력, 경제적 풍요를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더 많은 부와 귀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탐욕스럽고 비열한 모습이 어질고 바른 모습보다 익숙하고 흔한 것이다. 선거 때면 모두가 교육의 중요성을 말하며 개혁 방향을 제시한다. 하지만 교육을 수단이나 방법으로 접근하는 한 교육으로 인한 갈등과 격차는 오히려 커질 수밖에 없다. 대선주자나 교육정책 입안자들은 물론, 우리 국민 모두가 이로움이 아니라 어짊과 의로움을 말하는 맹자의 가르침에서, 바람직한 교육의 방향을 찾는 지혜를 발휘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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