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흑자는 100만 원을 넘어서며 연간 단위로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허리띠를 졸라맨 ‘불황형 흑자’였다.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은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고 오락·문화 지출은 12년만에 처음 감소세를 보였다. 옷, 교육, 차, 휴대전화 지출도 감소했다.

 빚이 늘면서 채무조정 신청과 은행 예·적금 해지 비율은 증가했다.

 속상한 마음을 풀기 위해서인지 술과 담배 지출은 2년 연속 늘었다.

 일확천금 수요 탓인지 로또 판매액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복권 판매액도 계속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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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

 2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가구당 월평균 소득(명목·전국 2인가구 이상)은 439만9천 원이었다.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가계지출은 336만1천 원으로 가구당 월평균 흑자액은 103만8천 원이었다.

 연간 단위로 가구당 월평균 흑자액이 100만 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흑자액은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 규모다.

 지난해 소득이 전년보다 0.6% 늘어나는데 그쳤지만 가계흑자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은 가계가 지출을 줄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계지출은 전년보다 0.4% 줄었다. 가계지출 감소는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 술·담배는 늘었다

 허리띠 졸라매기 경향은 대부분 소비품목에서 나타나고 있다.

 작년 가구당 식료품·비주류음료 소비지출은 월평균 34만9천 원으로 1년 전보다 1.3% 감소했다. 감소폭은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크다.

 가구당 의류·신발 지출은 15만8천원으로 1년 전보다 2.4% 줄었다. 의류·신발 지출은 2014년부터 3년 연속 감소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경조사비 비중이 큰 가구간 이전지출은 20만3천원으로 4.3% 감소했다.

 휴대전화 기기 구입 감소로 지난해 통신장비 지출은 15.2% 감소했고 자동차 구입은 4.5% 줄었다.

 학원 등 교육 지출도 0.4% 줄어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술·담배 지출은 5.3% 늘었다. 2년 연속 증가세다.

 ◇ 예·적금 깨는 사람 계속 증가

 미래를 위해 가입했던 예금과 적금을 깨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6년 정기예금과 적금의 중도해지비율은 35.7%였다. 예금과 적금의 중도해지비율은 2014년 33.0%, 2015년 33.4% 등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낮은 금리 영향도 있지만 살림살이가 팍팍해져 미래를 위해 준비했던 예금과 적금을 해지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분석했다.

 

 ◇ 20대·60대 채무조정 신청 증가

 소득은 부진하고 빚이 늘면서 채무조정 신청자도 늘었다. 지난해 말 가계신용 잔액은 1천344조3천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41조2천억 원(11.7%) 급증했다. 연간 증가액으로 사상 최대다.

 특히 20대와 60세 이상에서 채무조정 신청자 증가율이 높았다.

 채무조정 신청자 중 29세 이하는 1만1천102명으로 전년보다 16.6% 늘어 증가율이 가장 컸다. 60대 이상 증가율은 10.5%로 29세 이하의 뒤를 이었다.

 ◇ 불황에 ‘인생 한방’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복권판매 수입은 3조8천404억원으로, 전년보다 8.4% 증가했다.

 복권 판매 수입은 최근 몇 년 동안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15년에는 3조5천551억원으로 2003년의 4조2천342억원 이후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판매액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확정치는 이달 말께 공개될 예정이다.

 지난해 복권 중 로또 복권 판매액은 3조5천221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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