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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훈 겨레문화연구소 이사장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유난히 자신의 주장이 강하고 매사에 비판적인 사람이 있다. 그런 성향의 사람은 대개가 주변으로부터 ‘말이 너무 많다거나 불평과 불만을 달고 산다’ 는 비난을 더 많이 받는다. 교실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자기 주장이 강하거나 비판적 성향의 사람은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눈엣가시’같은 존재가 될 수도 있고,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처럼 혼자만 잘난 척한다며 따돌림을 당하는 일도 겪게 된다. 그렇다면 과연 비판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이 곧 불평 불만자이거나 부정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조직의 발전에 저해 요소이고 주변으로부터 비난받아 마땅한 사람일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오히려 우리 사회가 건전하고 정의롭게 발전해 가기 위해서 바른 언론이 필요한 것처럼 잘못된 현상을 지적하고 비판할 수 있는 사람들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긍정적이고 건전한 비판적 사고력을 지닌 사람들을 수용하고 인정받는 사회가 돼야 한다. 비판적 사고력을 지닌 사람은 그 성격상 어떤 사안마다 평가적인 행동을 보이는 경향이 많고, 주변의 현상에 대해 사실의 정확성과 타당성, 그리고 가치를 판단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분석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 이런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어떤 사실에 대해 바로 믿는 것이 아니라 의문을 갖고 다시 살펴보려고 한다. 이를테면 SNS에서 떠도는 수많은 정보들이나 매일 접하게 되는 언론의 기사도 논란이 있는 것이라면 금방 그대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긍정적인 말보다는 부정적이거나 비판적인 표현이 많게 돼 주변으로부터 불편해 하거나 심지어는 비난까지 받게 마련이다.

교육학에 등장하는 비판적 사고 기능을 살펴보면 사실과 의견 구별하기, 타당하고 충분한 근거를 들어 의견을 주장하거나 평가하기, 다양한 정보의 신뢰성을 비교, 분석해 보다 신뢰로운 정보 선택하기, 편견 알아내기 등이 있다. 합리적인 비판적 능력을 지닌 사람은 건전한 회의성, 지적 정직성, 객관성, 체계성, 철저성과 같은 것들이 있어서 이견도 경청할 줄 안다. 이런 사람은 어떤 문제나 논란에 직면해서도 균형적인 감각을 갖고 바른 방법으로 해결하고자 한다. 학교 교육에서는 바로 이런 사람을 키우도록 노력해야 한다. 비판적 사고력을 기른다는 것은 학생들이 바르게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운다는 의미이다. 타당한 이유나 합리적 근거조차 없는 터무니없는 내용을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실에 대해 편견보다는 합리적이면서도 논리적으로 분석·평가·분류할 줄 아는 사고능력을 지닌 사람으로 가르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 교육과정에 비판적 사고력을 키우는 교육 내용이 강화돼야 한다. 사실 현행 교육과정 내용 중에서도 비판적 사고 교육을 할 수 있는 주제가 많기 때문에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 않게 다양한 자료들을 활용해 지도할 수 있다.

교과별로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학생들의 일상생활과 관련 있는 학습 내용 요소를 선정해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학습으로 진행한다면 실감도 나고 그 효과 또한 클 것이다. 교과와 직접 관련을 짓지 않더라도 특별활동이나 방과 후 시간을 활용해서 신문기사나 지역사회 현안 등을 주제로 비판적 사고 교육을 진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비판적 사고 능력을 교육한다는 것을 다른 측면에서 보면 학생들을 ‘불평, 불만’이 많은 사람으로 키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오해가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의 우리 교육이 비판적 사고 능력을 키우려는 노력을 게을리 한 탓이기도 하지만 비판적 사고 능력이 복잡한 현대를 살아가는 아주 중요한 능력이라는 점을 이해한다면 그런 걱정은 한낱 기우에 불과하다. 합리적이고 건전한 비판은 불평이나 불만과 전혀 다르다. 불평, 불만이 어떠한 대안이나 방법도 없이 일방적이면서도 단순하고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한다면 비판적 사고는 합리적인 대안과 근거가 전제된 것이다. 불평이나 불만이 사실을 왜곡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면 건전한 비판은 왜곡된 사실을 바로 잡아 사회를 정화하고 바르게 발전하게 하는 계기가 된다. 비판적 사고력을 키우는 교육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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