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계양 지역 원로로 꼽히는 이건용(75·사진 오른쪽)계양문화원장은 향토문화전문가에 가깝다. 제1∼2대 계양구의원을 지내 지역에 정통한데다 역사에 관심이 많아 계양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계양의 역사와 도시 변화(2011)」 발간을 주도했고, ‘계양산 사직제 홀기(笏記·의식 순서를 적은 글)’를 직접 집필했을 정도다. 또 2015년 계양 정명 800년 행사에 자문위원장으로 활약했고, 문화원장으로서 ‘한시 백일장’ 등 관련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2009년 3대 원장으로 취임해 4대 원장도 연달아 맡고 있는 그는 조선 초 태종 때 설치됐을 걸로 추정되고 있는 사직단이 일제강점기 때 강제로 헐려 사직제례 봉행이 중단된 사실을 안타깝게 여겼다.

"계산2동 중구봉 중턱 일대에 있었던 걸로 추측되는데, 1700∼1800년대 국내 지도에는 분명 부평도호부 사직단이 표시돼 있어요. 2년 동안 사직단과 사직제 자료를 어렵게 수집한 이유? 시민들이 한마음이 될 수 있도록 옛 문화를 발굴·발전시키려는 의미지, 뭐 다른 이유가 있을까!"

구립도서관(4곳)·계양여성회관·계양여성일하기센터를 위탁관리하는 바쁜 일정에도 역사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낸 이유이기도 하다. 바로 지난해 처음으로 시작한 ‘계양 큐레이터 양성교육’이다.

"더 많은 시민들이 지역 역사를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지. 계양의 지명 유래, 한시·설화로 보는 계양, 계양의 인물 등 13개 강의를 들은 구민들이 지역 큐레이터로 활동할 테니 여간 기쁘지 않아."

지역 역사에 대한 이야기가 술술 이어졌다. 인터뷰를 청한 기자에게도 역사 강의를 풀어냈다. 문화원만 알려고 하지 말고, 여기에 온 김에 계양 역사를 배우고 가라는 의미였다. 젊은이들이 지역 역사쯤은 기본으로 알고 있어야 한다는 지역 원로의 외침처럼 들렸다.

오는 4월이면 임기가 끝나는 이 원장은 문화재 명칭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인천시 유형문화재인 인천도호부청사와 부평도호부청사의 명칭 바로 잡기에 인천시가 나섰으면 하는 바람이야. 조선시대의 관아 건물인 만큼 옛 이름대로 도호부관아로 바꾸는 게 맞다고 생각해."

이때 바로 옆에 있던 이찬용(63)부원장도 한마디 거들었다. 이 부원장은 이건용 원장의 뒤를 이어 5대 원장으로 곧 취임한다.

"지금도 인천에서 한시를 공부하시는 분은 몇 안 될 걸요? 계양 역사 정립에 가장 큰 공헌을 하신 분이세요. 원장님의 뒤를 이어 문화원장을 맡게 되면 서울 북촌·서촌처럼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명소가 계양에도 생기도록 노력해 볼 참이에요. 인천에서 강화 다음으로 문화유적이 많은 곳이 바로 계양이죠. 부평향교·계양산성·황어장터 등을 관광축으로 연결하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랍니다."

김경일 기자 ki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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