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구속 영장이 결국 기각됐다. 특검의 중심축이 현 검찰 출신들로 채워져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충분히 예견된 일이나 막상 영장이 기각됐다 하니 허탈하다. 2014년 정윤회 문건 유출 파동이 일어난 이래 단 한 번이라도 민정수석실이 제대로 일을 했다면 지금과 같은 국정농단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우 전 수석과 그 부하들은 공직인사 검증, 대통령 측근 비리 감시라는 본연의 역할을 방기하며 나라를 수렁으로 몰아 넣었다. 이번 과정에서 보인 특검의 편향성도 문제다. 특검은 구체적 증거와 진술이 이미 공개적으로 드러난 ‘세월호 수사의 외압, 특별감찰관에 대한 업무 방해 및 해체 주도’ 건은 아예 수사 대상에 넣지도 않았다. 당시 청와대에서 함께 근무하다 검찰로 복귀한 민정수석실 검사들에 대해서도 조사하지 않았다고 한다. 어찌 보면 피해자에 가까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특검의 운명을 쥔 열쇠인 양 여론전을 펴며 전방위로 압박하더니 실질적 가해자인 우 전 수석에겐 의도적인 무능함으로 일관했다.

호가호위하며 인사권을 틀어쥐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짓밟은 우병우의 영향력이 아직도 특검 내에 남아있다면 정말 국가적인 불행이 아닐 수 없다. 특검이 끝나면 대부분이 복귀할 검찰은 관행적 유착관계와 부패지수, 정치적 민감도에서 정부기관 중 최악의 평가를 받는 곳이다. 게다가 대선 레이스는 이미 시작된 거나 진배없다. 이런 상황에서 개혁에 또 실패한다면 선출되지 않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통제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하루속히 투명하고 객관적인 인사 시스템을 마련,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구축해야 하겠다.

 기소 독점주의와 기소 편의주의 등 막강한 검찰의 권력을 축소시키는 일도 중요하다. 법원 행정처에 따르면 2013년~2015년의 구속영장 청구 대비 기각 비율이 검찰은 24.9%, 경찰은 17.2%인 것으로 나타났다. 압수수색 및 체포 영장 기각률도 경찰이 더 낮았다. 아마도 경찰이 영장을 청구하는 경우 ‘검찰 검토’를 거치는 한 단계 과정이 더 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답이 있다. 독점을 없애고 권력은 분산시켜 축소하는 것, 이것이 바로 검찰 개혁의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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