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시 서구 원창동 21번지 일대. 제대로 된 도로도 없이 K사가 분할 매각한 터에 수십 개의 공장들이 들어서 있다.  이승훈 기자 hun@kihoilbo.co.kr
▲ 인천시 서구 원창동 21번지 일대. 제대로 된 도로도 없이 K사가 분할 매각한 터에 수십 개의 공장들이 들어서 있다. 이승훈 기자 hun@kihoilbo.co.kr
지난 24일 낮 12시께 인천시 서구 원창동 136번지 일대. 일반공업지역으로 들어가는 초입(왕복 2차로)은 이미 레미콘 차량들이 도로를 점령했다. 곡예를 하듯 레미콘 차량을 피해 21번지 쪽으로 들어가자 이내 다닥다닥 붙어 있는 3층 높이 공장들이 줄지어 나타났다. 승용차 한 대가 비집고 들어가기조차 버겁다. 진입로 한쪽은 이미 줄지어 주차된 차들로 채워져 대형 마트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차를 돌리기 위해 우회로를 찾아 헤맸지만 대형 철재 울타리로 막혀 있었다.

인천 향토기업 K사의 2세 경영인 L(52)씨<본보 2월 22일자 1면 보도>가 팔아넘긴 원창동 공장 일대의 모습이다.

L씨는 2013년 3월부터 2015년 10월까지 K사와 그 계열사가 보유한 원창동 55-3번지 일대 3만4천400㎡의 땅을 팔았다. 매매가는 356억4천700여만 원이었다.

매각 방식은 상식에서 한참 벗어났다. 1차(8천980㎡·96억4천800만 원), 2차(9천890㎡·86억8천300만 원), 3차(1만5천570㎡·173억1천600만 원) 등으로 나눠 브로커 2명에게 통매각했다. 브로커들이 땅을 쪼갠 뒤 입주업체들에 팔 수 있도록 묵인한 셈이었다. 여기에는 K사의 바지사장인 J(54)씨가 깊숙이 관여하고 있었다. "실수요자인 여러 업체로부터 견적 의뢰서를 받아 제대로 된 땅값으로 매각하자"는 K사 간부와 직원들의 의견이 묵살된 것이었다.

통매각된 원창동 공장부지는 또 다른 브로커들을 통해 실입주자들에게 팔려나갔다. 도로조차 없는 터에 40여 개 공장이 들어설 수 있던 배경이었다.

희한한 점은 골재야적장과 아스콘플랜트 등 K사 공장 시설물들이 있었던 매각 터에 아무런 규제 없이 새 공장을 건축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곳은 수도권정비계획법(수정법)상 매각되기 이전 일반공업지역이었던 종전부지이자 과밀억제권역이다. 수정법은 2만㎡ 이상의 공업지역에서 공장을 신·증설하기 위해선 이용계획(지구단위)을 입안해 ‘수도권정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수도권정비위원회의 심의와 국토교통부 장관의 승인 없이는 총면적 500㎡ 이상의 공장 신·증설 허가 등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어겨 공장을 설립해 운영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 등을 물 수 있다.

그러나 이곳에 들어선 공장 40여 개 중 80%(32개 업체)가 총면적 500㎡ 이상이었다. 더군다나 이곳 일대는 도시계획상 계획된 20m 도로조차 개설되지 않은 상태였다.

여기에는 지역 유력 인사 L(56)씨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L씨는 입주업체를 소개하면서 거액의 구전(口錢)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L씨는 "도로 등의 문제로 건축허가 등에 대해 조언한 것은 사실"이라며 "입주업체를 소개하고 용돈 정도는 받았다"고 말했다. 박정환 기자 hi21@kihoilbo.co.kr

이승훈 기자 hun@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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