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종욱 자진 하차,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여성 고스펙 출산율 저하 원인 지목 논란

인구 절벽에 부닥치면서 출생률 끌어올리기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여성의 고스펙을 출산율 저하의 원인으로 지목해 논란이 되고 있다.

26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원장 김상호)은 지난 24일 인구포럼에서 발표된 학술논문 중 고스펙 여성에게 눈을 낮춰 결혼할 것을 권한 원종욱 연구위원의 발언을 해명하며 유감의 뜻을 전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이날 홈페이지에 '인구포럼 건에 대한 연구원 조치사항'이라는 글을 게시하며 원종욱 연구위원이 자진 사임의 뜻을 전함에 따라 27일자로 인구영향평가센터장에서 해임 조치했다고 밝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 24일 인구포럼에서 발표된 학술논문 중 최근의 만혼과 독신현상을 분석한 내용에 부적절한 표현으로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매우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포럼은 전문가들이 자유롭게 학술적 연구내용을 발표하고 토론하는 모임이나 스펙 쌓기의 근절과 독신남녀의 혼인을 활성화할 수 있는 제안에 있어 부적절한 표현이 사용된 점을 인정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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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여성의 고스펙을 출산율 저하의 원인으로 지목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한국보건사회연구원 홈페이지 질문게시판 캡처

그러면서 "향후 연구원은 원내에서 수행하는 모든 연구에 대해 보다 세심한 검토와 검증을 통해 문제의 소지가 발생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사죄의 뜻을 담았다.

원종욱 연구위원은 24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주최한 제13차 인구포럼에서 '결혼시장 측면에서 살펴본 연령계층별 결혼결정요인 분석'을 주제로 보고서를 발표했다.

원종욱 연구위원은 "혼인율 하락이 출산율 하락에 더 크게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며 "혼인율을 높이기 위해선 미혼자가 교육에 투자하는 기간을 줄여주는 정책, 미혼남녀가 매칭 되는 기간을 줄일 수 있는 정책, 결혼시장에서 완전히 이탈하는 계층(결혼시장 이탈계층)을 줄일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주장한 정책 사안으로는 △채용 시 스펙을 위한 휴학·연수·자격증 취득에 불이익 △가상현실 기술(Virtual Reality, VR)을 통한 배우자 탐색 시스템 개발 △고학력·고소득 여성의 배우자 하향 선택 변화 유도 등이다.

쉽게 말해 원종욱 연구위원의 주장은 여성의 스펙을 낮춰 결혼하게 만들자는 것부터 여성의 배우자 하향 선택을 유도하기 위해 문화적 콘텐츠를 음모 수준으로 은밀히 만들자는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이었다.

원종욱 연구위원의 글이 알려지자마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홈페이지에는 질책성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질문게시판에는 "비혼 의지 확실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못생긴 남자 알러지가 있어 결혼을 할 수가 없습니다", "김상호 원장, 원종욱 연구위원 딸들을 꼭 저학력 저스펙 20살 많은 시골 노총각이랑 결혼시키길 바랍니다", "유감이라니요. 지금 이 사태가 그런 말로 때울 수 있는 실수라 생각하는 것인가요", "이딴 저열하고 덜떨어진 연구 수행하고 얼마나 받아먹었습니까. 양심이 있다면 연구비 뱉어내십시오"라는 등 비난성 글들이 연이어 게재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1971년 가족계획연구원으로 설립해 1976년 한국보건개발연구원으로 바뀌었다. 1981년 한국인구보건연구원으로 발족했으며, 1989년 보건사회부의 사회보장심의위원회 연구 기능을 통합해 현재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으로 개칭했다. 1999년에는 국무조정실로 이관했다. 이번 원종욱 연구위원의 발언은 40여 년이 넘는 역사와 국가의 인구 정책을 주도하는 핵심 연구기관이란 이름이 무색하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실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행정자치부가 만든 '출산지도'가 엄청난 질책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출산지도는 '여성을 걸어다니는 자궁 취급한다'는 비판이 들끓으면서 결국 없던 일로 돼버렸다. 여기에 쏟아 부은 예산은 허공으로 날아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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