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이 지난해 농축산 생산액 1위 자리를 돼지에게 내줬다.

 27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품목별 농업 생산액 가운데 1위는 돼지로, 6조7천702억 원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쌀 생산액은 전년(7조6천972억 원)보다 16% 이상 급감하면서 6조4천572억 원에 머물렀다. 돼지 다음의 2위로 물러났다.

 한국인 주식인 쌀이 농축산물 생산액 1위 자리에서 밀려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추정치이기는 하지만 올해 역시 돼지 생산액(6천6천03억 원)은 쌀(6조5천372억 원)보다 많을 것으로 전망됐다.

 비록 돼지와 쌀의 생산액 차이 자체는 크지 않지만 한국 농업 정책이 쌀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고, 쌀 농가 수가 양돈 농가보다 174배나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목할 만한 변화다.

 쌀 생산액이 돼지에 ‘부동의 1위’ 자리를 내주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쌀값이 크게 하락해서다.

 작년 수확기 평균 산지 쌀값은 1가마니, 80㎏ 기준으로 12만9천711원이었다.

 2015년(15만659원)보다 14% 하락했으며, 1995년 이후 21년 만에 농민들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13만원 선이 붕괴했다.

 지난해 수확기에 비가 자주 내리고 이상 고온 등으로 수발아(穗發芽·벼 이삭에서 싹이 트는 현상) 피해가 컸다. 이에 따라 작년 쌀 생산량은 419만7천t으로 전년보다 3% 감소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공급량이 수요보다 많았고, 이는 쌀값 하락으로 이어졌다.

 당장 벼 재배 면적을 대폭으로 줄일 수 없고, 쌀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일도 없으므로 쌀값이 큰 폭으로 오를 가능성은 희박하다.

 특히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쌀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돼지와의 생산액 격차가 계속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식습관이 서구화되고 있는 점도 쌀보다 돼지 생산액이 많아진 이유중 하나다.

 지난해 1인당 연간 돼지 소비량은 23.3㎏(추정치)으로 2011년(19㎏) 이후 5년 사이 22%나 늘었다. 쌀 소비가 해마다 줄어 최저 기록을 경신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7양곡연도(2016년 11월~2017년 10월) 기준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9.6㎏으로 전망됐다.

 하루 소비량으로 환산하면 약 163g 정도로, 밥 한 공기에 쌀 120g 정도가 필요한 점을 고려하면 하루에 한 공기 반도 채 먹지 않는 셈이다.

 ‘밥=쌀’로 대표되던 한국인의 식단이 점차 육류 중심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농경연 관계자는 "1인 가구의 경우 직접 가정에서 밥을 지어 먹는 경우가 4인 가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드물고, 고령층은 먹는 양 자체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육류 소비는 늘고 쌀 소비가 줄어든다는 것은 결국 우리나라 사람들의 식생활이 구조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의미"라면서"소비자 입맛, 기호 문제이기 때문에 정책적 노력을 한다 하더라도 단기간에 되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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