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널, 13년 전 영화의 재조명... “국가란 어떤 존재... 최순실 게이트와 묘한 오버랩”

영화 터미널이 26일 EBS 일요시네마에 방영된 가운데 최순실 게이트와 같은 현 정국과 비교해 나라를 잃은 상황이 얼마나 끔찍한지 간접적으로 보여줘 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영화 터미널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톰 행크스, 캐서린 제타존스 주연의 2004년 영화로 1988년부터 2006년까지 프랑스 파리 샤를 드 골 국제공항에서 18년 동안 머물렀던 이란인 메르한 카리미 나세리(Mehran Karimi Nasseri)의 실화를 재구성한 작품이다.

영화 터미널의 스토리는 동유럽의 국가 크라코지아에서 온 빅터 나보스키(톰 행크스)가 미국에 볼 일이 있어 뉴욕의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 도착한다. 그러나 비행기로 오는 도중 고향인 크라코지아에서 쿠데타가 일어나 내전상황에 돌입하는 바람에 크라코지아 국민들의 모든 여권이 정지되고 미국 국무부도 나보스키의 비자를 취소시킨다.

나보스키는 순식간에 무국적자로 전락하여 뉴욕에 들어갈 수도 귀국할 수 없는 신세가 된다. 어쩔 수 없이 나보스키는 JFK 공항에 머무르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순박한 크라코지아 남자의 수난기가 영화의 주요 스토리를 차지한다.

본격적으로 노숙을 시작하게 된 나보스키는 서점의 책자와 TV를 통해서 영어를 습득했고 터미널 보수공사 등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공항 말단 직원들의 복덩이로 자리매김한다. 그러나 JFK 공항의 미국 관세국경보호청 책임자인 프랭크 딕슨(스탠리 투치)은 승진을 앞두고 나보스키가 큰 골칫거리로 떠오르자 생기자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나보스키를 쫒아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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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터미널이 26일 EBS 일요시네마에 방영된 가운데 현 정국과 비교해 나라를 잃은 상황이 얼마나 끔찍한지 간접적으로 보여줘 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사진=영화 터미널 포스터.

딕슨은 나보스키에게 은근히 불법입국을 종용한다. 공항 밖으로 한 발짝이라도 나가면 체포해서 강제추방 하겠다는 식이다. 눈치를 챈 나보스키는 법을 지키겠다고 주장하며 공항 밖을 절대 나서지 않는다. 공항을 배회하는 무국적 거지를 내쫒으려는 딕슨과 정당하게 입국하려는 나보스키의 밀당, 낯선 환경에서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으로 놀랍게 적응하는 나보스키, 그리고 공항에서 근무하는 여러 인물들의 심리 싸움이 관전 포인트다.

우연히 하이힐 굽이 부러져 곤란을 겪던 비행 승무원 아멜리아 워렌(캐서린 제타존스)을 돕게된 나보스키는 그녀에게 한눈에 반해 둘 사이에 러브스토리도 진행됐다. 이후 공항 거주 9개월 째를 맞는 나보스키는 크라코지아의 내전이 끝나자 크라코지아행 비행기를 탈 수 있게 된다.

나보스키와 연인 관계까지 갈 것 같았던 스튜어디스 아멜리아는 갈등 관계에 있던 애인과의 관계를 회복, 그를 떠난다. 나보스키는 이 사실을 알고 침울해 하지만 아멜리아의 애인이 도와준 덕분에 1일짜리 임시 비자를 발급받는다. 하지만 임시 비자여서 책임자 딕슨의 서명이 필요했고 딕슨은 나보스키에게 크라코지아로 당장 떠나라고 협박한다.

나보스키가 뉴욕 방문을 체념하고 게이트 앞에서 크라코지아행 비행기를 기다리던 중 절친한 친구가 되어준 청소부 굽타 할아버지가 갑자기 공항 밖에 나가 비행기의 앞길을 가로막는다. 그 순간 크라코지아행 비행기는 지연으로 바뀌고 용기를 얻은 나보스키는 마음을 고쳐먹고 공항 직원들의 따뜻한 배웅 속에서 공항을 빠져나가 뉴욕으로 간다.

나보스키는 택시를 타고 렉싱턴 161번지로 간다. 그곳에서 나보스키가 뉴욕에 꼭 방문하려던 이유가 밝혀진다. 아버지의 컬렉션을 완성하기 위해서였다. 영화에서 'A Great Day in Harlem'라는 유명한 사진에 재즈의 위대한 거장 57명이 등장하며. 나보스키의 아버지는 이 중 56명의 사인을 얻었지만 색소폰 연주자인 베니 골슨(Benny Golson)의 사인만은 얻지 못한 채 세상을 떴다. 나보스키는 그를 만나서 사인을 받기 위해 뉴욕으로 향했던 것이다. 결국 라마다 호텔에서 베니 골슨을 만나 그가 연주하는 'Killer Joe'를 감상하고 사인을 받는다.

호텔을 나와 유유자적하며 택시에 오른 나보스키는 기사에게 나지막하게 "집으로 가주세요(I'm going home)"라고 나지막하게 말하며 아버지의 소원을 풀어 드렸다는 사실에 큰 만족감을 가지고 눈을 감는다. 눈이 내리는 뉴욕 타임 스퀘어 거리가 비춰지며 존 윌리엄스의 작품이자 이 영화의 테마인 'Jazz Autographs'가 흐르며 영화가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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