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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기 (사) 인천언론인클럽 명예회장
요즘 우리나라 3대 도시 인천시에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해마다 연초면 광역자치단체장이 공히 산하 기초단체를 방문 주민들과의 애로사항과 지역 현안 등을 검토하고 소통하는 기회를 갖는 것이 지금까지의 상례다. 국가도 예외는 아니다. 대통령도 연초면 산하 각 부처를 비롯해 전국 광역시도 방문 또는 주요 국가기관들로부터 보고를 받는다.

 그런데 지금 인천시 10개 군·구 중 일부 기초단체가 유정복 시장의 연두 방문을 거절하고 있다는 내용의 신문 보도가 대문짝 만하게 게재되고 있다. 이유는 내 지역 내에 각종 현안 사안들을 해결해 주겠다는 확약이 없으면 방문을 거절하겠다는 것이다. 유정복 시장은 2월 17일 연수구를 시작으로 관내 10개 군·구를 연두 방문해 각 군·구별로 100~200명이 참여하는 원탁회의를 열어 시민과의 소통행보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일부 구 관계자들은 이 같은 유시장의 연두 방문이 현안에는 도움이 안되는 이벤트성 행사에 그치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지난 2년간 수십 개의 의견을 제시했지만 실제 성과로 이어진 사업이나 정책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구청 관계자는 지난해 유시장이 연두 방문 시 주민 원탁회의를 통해 현안을 정리해 건의하는 등 지난 2년 동안 부탁해 왔지만 시 차원에서 해결된 것은 단 한 건도 없다며 올해도 바쁜 주민들만 초대해 놓고 보여주기식 행사에 그칠 것 같다며 유 시장 방문은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일부 지자체들이 갖는 공통적인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원인이다. 시 관계자는 재정이 어려워 일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업이 있을 수는 있으나 지난해 지자체와 시민들이 제시한 113개 의견 중 93%의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거나 종료됐다며 시와 지자체의 단순한 소통 부족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번 연두 순시를 통해 지난 2년간 토론에서 제기됐던 주민들의 의견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영상이나 자료를 통해 소상히 밝혀 주민들로부터 충분한 이해를 구할 것이라고 했다. 요식 행위도 최소화하고 실질적인 지원 방안 모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기초 단체가 상급기관인 광역단체의 연두 방문을 거부하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전문가들도 이런 자치단체 간 갈등이 주민 이익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견해다. 김회창 한국지방연구원 원장은 "재정자주권이 없고 결정권한이 협소한 기초자치단체가 자신보다 덩치가 큰 상급단체를 상대로 합리적 근거 없이 무리하게 싸운다면 실익이 전혀 없을 수 있다"고 했다. 자치권을 제약하거나 기초단체의 고유 권한을 상급단체가 침해한다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강력히 싸워야 할 일이지만 이번 연두 순시 거부 사태는 구청장 자신이 욕심만 부리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했다. 금창로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자치행정 연구실장은 "광역단체로부터 재정적 보조를 받는 상황에서 기초단체가 저항할 수 없는 게 일반적인 경우"라면서 자치 의식이 확산하면 자치단체 간의 갈등을 해소하긴 힘들 것이라고 했다.

 인하대 법학전문 대학원 이기우 교수는 "우리나라 헌법과 법률에 지방자치 기관을 지금처럼 지방자치단체라고 규정할 것인지 아니면 지방정부라고 규정할 것인지를 두고 의견의 일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국회의 개헌 특위에서도 헌법에 지방자치 기관을 지방정부로 개정할 것인지 아니면 현행대로 지방자치단체로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제기돼 사회적 논의가 불가피해졌다는 것이다.

 현재 인천시는 시장이 주관하는 군·구 단체장들과의 확대회의가 없다. 부시장이 주관하는 군·구 부단체장의 연석회의가 전부다. 이 같은 자치단체장 간의 구체적인 소통이 없어 마치 300만 인천시가 10개 조각으로 나눠진 형상이다. 각 군·구 기초자치 단체마다 제각각 색깔과 소리를 낸다. 거기에 정치적 이해관계가 깊어 통일된 하나의 인천만의 색깔이 없다. 마치 색동저고리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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