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미국에서 개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 진행됐다. 개들을 세 집단으로 나눠 상자에 넣고 전기자극을 가했다. 두 집단은 스스로 움직여 고통을 피할 수 있지만, 한 집단은 묶여 있어 고통을 피할 수 없다. 24시간 후, 개들을 새로운 환경에 노출했다.

 상자 중앙에 세워진 담을 넘으면 고통을 피할 수 있다. 전기자극을 가하자 두 집단은 담을 넘어 고통을 피했지만, 한 집단은 꼼짝 하지 않는다. 묶여 있는 상태에서 아무리 저항해봤자 소용없었기 때문이다. 비극은 그 다음에 생긴다. 묶인 줄을 풀어준다. 그리고 다시 전기자극을 가한다. 개는 충분히 도망칠 수 있는데도 꿈쩍 않고 전기자극을 당하고만 있다. 도망치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다. 지속적인 좌절을 통해 어쩔 수 없이 견뎌야 하는 무기력을 학습한 것이다.

 학습된 무기력은 1975년 미국의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이 발표한 이론이다. 자신이 극복할 수 없는 환경에 노출되거나 부정적인 자극이 계속되면 자신의 능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포기해버리는 현상을 뜻한다.

 우리는 반만년 역사를 가진 위대한 민족이다. 그 긴 역사 동안 강대국으로부터 수많은 침략과 온갖 수탈을 당해왔다. 세계 역사를 통해 이렇게 많은 외침을 받은 민족이 또 있을까 싶다.

 나라의 존립과 민족의 생사가 바람 앞 등불 같은 지경에 처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도 그 부끄러운 역사가 반복되고 있는 것만 같아 참 화가 난다. 우리 역사를 통해 지금처럼 번영을 이뤘던 적은 없는데도 말이다. 우리 민족에게 씻을 수 없는 치욕을 안겨 놓고는 그러한 역사를 부정하는 것도 모자라 남의 땅을 자기네 땅이라 우기고 있고, 자위권 차원의 무기 배치에 반대하며 보복을 본격화하는 내정 간섭을 서슴지 않고 있다.

 아직도 다른 나라 방위공약에 안도해야만 하는 처지. 세계 10위권인 경제·국방 대국은 지금까지 뭘 하고 있었는지.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한 민족은 같은 역사의 전철을 밟게 된다. 삼일절인 오늘, 광장에서는 탄핵 찬반 단체의 대규모 집회가 열리고 있다. 우리는 모두 학습된 무기력에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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