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빙
117분/스릴러/15세 관람가

2017030201010000596.jpg
이 영화는 강물이 녹으면서 떠오른 시체를 둘러싼 미스터리를 그린 스릴러로 지난 1일 개봉했다.

실체를 알 수 없는 살인사건을 그린 ‘해빙’의 주인공은 내과의사 승훈(조진웅 분)이다.

그는 사회에 만연한 중산층 몰락을 대변하듯 서울 강남에서 개업했다 망하고 이혼한 상태로 경기도 신도시로 쫓겨 온 계약직 의사로 등장한다. 어느 날 도시에 머리 없는 여자 시체가 떠오르는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살인 행각과 관련된 수상한 점을 하나둘씩 발견하고 그 뒤를 쫓는다.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놓는 장본인은 세 들어 사는 집주인의 아버지 정노인(신구)으로, 평상시 치매를 앓던 그가 수면내시경을 받던 중 알 수 없는 헛소리를 내뱉는다. 바로 "시체의 팔다리는 한남대교에, 몸통은 동호대교에 있다"라는 섬뜩한 말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배역은 더 있다. 승훈이 세 든 집의 주인이자 정육식당을 운영하는 성근(김대명)으로, 시도 때도 없이 승훈을 찾아와 지나친 호의를 베푼다. 사건의 키를 쥐고 있는 인물로 토박이 간호조무사 미연(이청아)과 정체불명의 전직 형사 경환(송영창)도 있다.

‘해빙’은 이 다섯 인물들을 등장시켜 끝까지 알 수 없는 의문을 퍼즐놀이처럼 풀어가는 영화로 보면 된다.

혹시나 박신양·전지현 주연의 스릴러 ‘4인용 식탁(2003)’을 본 관객들이라면 비슷한 색깔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수연 감독이 똑같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던 작품이다. 신비로운 극 전개와 독특한 색감의 영상미가 이 감독 고유의 특징으로 꼽힌다. 특유의 섬뜩함과 반전이 클라이맥스까지 이어지지만 좀 단순한 면도 있다. 2015년 7∼10월 촬영된 작품이 2017년에서야 개봉되는 이유로 본다.

주인공 승훈이 "나는 함정에 빠졌어"라는 말을 되뇌이는데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 함정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영화를 통해 한국 사회에 만연한 불안을 포착해 보고, 그것으로 인해 확인하게 되는 인간의 본성을 다뤄 보고자 했다"는 이 감독의 제작 의도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