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9개월 동안 소속팀을 구하지 못한 39살의 투수. 오는 6일 열릴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개막전에서 한국 팀이 상대할 이스라엘 선발 제이슨 마르키스(39)의 현주소다. KBO리그에서 최근까지도 빅리그에서 뛴 외국인 투수와 상대한 한국 타자들에게는 손쉬운 상대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야구는 변수가 많은 종목이다. 무명의 투수가 깜짝 호투를 펼치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더구나 마르키스는 메이저리그에서 124승118패, 평균자책점 4.61을 기록한 경험이 있다. 그가 메이저리그에서 연봉으로만 벌어들인 돈은 무려 5천297만8천 달러(약 600억 원)다.

한국 타선이 경계해야 하는 건 마르키스의 경험과 싱커(싱킹 패스트볼)다. 마르키스가 6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따냈던 2004∼2009년, 그의 직구(포심 패스트볼) 구사율은 60%가 넘었다. 여기에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섞으며 타자를 요리했다. 전형적인 강속구 투수의 볼 배합이었다.

하지만 공에 힘이 떨어지기 시작한 2010년부터 싱커를 던지기 시작했고, 팔꿈치 수술을 받은 2013년 이후에는 싱커볼러로 변신했다.

미국 야구 통계사이트 팬그래프닷컴의 분석을 보면 그가 마지막 메이저리그 시즌을 보낸 2015년에는 싱커 구사율이 59.8%에 달했다. 패스트볼 계열의 공은 모두 싱커였다. 한국과 맞설 ‘불혹의 투수’ 마르키스가 내밀 무기도 결국 싱커다. 직구처럼 날아오다 타자 아래쪽으로 떨어지고 좌타자 기준으로 바깥쪽, 우타자 기준으로 몸쪽으로 살짝 휘는 싱커 공략은 한국 타선이 WBC에서 첫 번째로 받은 숙제다.

마르키스는 2015년 6월 신시내티 레즈에서 방출당한 뒤 아직 소속팀을 찾지 못했다. 한국전을 미국프로야구에 재진입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고 있다. 한국 타선과 마르키스의 대결 결과는 WBC A조 판도에도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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