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싯적 ‘영화광’이라고 불리던 때 좋아하던 감독이 있다. 알프레드 히치콕이다. 그의 영화 중에서 유명한 ‘새’라는 작품이 있다. 여주인공이 우연히 찾은 마을에서 새 떼의 공격을 받는다는 내용의 줄거리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새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중심축인데 영화에서 새 떼가 정체 불명의 이유로 인간들을 공격하는 장면을 보면 섬뜩하다.

 지난해 12월 초부터 하늘을 새까맣게 뒤덮을 정도로 많은 수의 떼까마귀가 수원에 출현해 계속 머무르고 있다. 방송이나 신문에서 잇따른 보도가 되면서 전국적으로도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일명 ‘수원 떼까마귀’라고 명칭이 붙여진 이 녀석(?)들은 기자가 다니는 회사 일대를 비롯해 시내 곳곳에 밤마다 나타나 전신주 전선에 앉아 배설물을 쏟아내며 거리를 초토화시키고 있다.

 기자도 이미 여러 차례 피해를 당했지만 무엇보다 떼까마귀가 하루라도 빨리 수원을 떠났으면 하는 이유는 소름이 돋기 때문이다. 처음 봤을 때는 신기한 현상 정도로 단순히 치부했는데 점차 머무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가로등이나 전깃줄에 빈틈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빼곡히 앉아 있는 검은 색 떼까마귀를 계속 보는 횟수가 많아지면서부터는 머리카락이 쭈삣 서는 기분이다.

 수원시는 때 아닌 불청객으로 인해 골치를 썩고 있다. 정기적으로 청소차를 동원해 떼까마귀가 집중적으로 출몰해 지저분해진 지역을 청소하고 있지만 밤마다 나타나 배설물을 투하해놓기 때문에 소용이 없다. 날씨가 추워지면 따뜻한 지역을 찾아 떠나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지난달 28일엔 인계동 일대에 정전사고를 일으킨 주범으로까지 지목되고 있다.

 떼까마귀가 수원을 떠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진 알 수 없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안타깝다는 생각도 든다. 자연의 섭리대로 따뜻한 지역으로 남하해야 할 철새들이 남쪽 땅으로 내려가지 않고 도시 한복판에 수개월째 머물고 있다는 점이 딱하게 여겨졌다. 새들에게 도시는 이미 자연처럼 익숙해진 환경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떼까마귀가 자신이 머물던 고향 땅으로 무사하게만 잘 돌아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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