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나라 4대 황제 조모는 젊은 시절 학문을 좋아하고 총명해 주위에서 칭송이 자자했다. 원래 그는 황족이긴 하지만 방계였는데 사마씨가 3대 조방을 폐위하고 끌어다 앉힌 것이다. 하지만 그는 세상이 사마씨에게 휘둘리는 모습이 안타까워 시 한 수를 지었다.

 "슬프도다 용이 곤궁한 처지에 빠져 / 깊은 연못에서 나오지 못하네 / 위로는 하늘 높이 날지 못하고 / 아래로는 밭에도 보이지 않네 / 우물 바닥에 똬리 틀고 있으니 / 미꾸라지와 뱀장어가 그 앞에서 춤 추는구나 / 이빨을 물고 손톱을 감춘 모습이 / 슬프구나 나와 같은 신세라니."

 이를 전해들은 사마소가 내전으로 달려와 "우리를 미꾸라지와 뱀장어라고 비웃었으니 무슨 태도인가?"라며 따지듯이 구박했다. 결국 조모는 사마소의 부하에게 살해당하고 말았다. 이 구절의 원전은 공자의 「논어」. 춘추시대 노나라 세도가 계손씨가 천자만이 출 수 있는 팔일무를 자기 집에서 추자 공자가 이를 보고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의미로 사용했다. 기름장어가 빠지고 법꾸라지가 활개 치는 세상, 참 힘들다. <삼국지리더십 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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