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한 장면을 그대로 담아내는 카메라 역사는 170년이 넘는다. 카메라 역사에서 한 획을 그을 정도의 혁신적인 제품이 폴라로이드 카메라였다. 최초의 즉석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그 자리에서 인화가 됐으니 당시에는 마법과도 같았다. 사진을 찍으면 툭 튀어나오는 인화지를 흔들며 사진이 서서히 선명해지기를 기다리며 설레던 기억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폴라로이드 사진이 사랑받았던 이유를 세 가지만 든다면 첫째는 찍는 즉시 바로 볼 수 있다는 것, 둘째는 세상에 오직 한 장밖에 없다는 것, 셋째는 로맨틱한 감성을 일으키는 특이한 색감이 아니었을까?

 지금 디지털 사진 시대에도 폴라로이드 사진이 여전히 사랑받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 사랑을 적절하게 설명할 수 없는 듯하다. 찍는 즉시 바로 볼 수 있는 점에서라면 디지털 사진이 폴라로이드 사진보다 월등히 낫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찍는 즉시 바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같은 듯 보이지만 폴라로이드 사진의 경우에는 차마 말하지 못한 보다 더 내밀한 사정이 있고 이는 디지털 시대에도 아니 디지털 시대이기 때문에 더 절실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보여주고 싶은 사람에게만 보여줄 수 있는 사진이라는 것. 하나의 기계로 촬영, 현상, 인화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이 단지 촬영 결과를 빨리 확인할 수 있다거나 현상소까지 갈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폴라로이드 사진이 등장하기 이전, 현상과 인화에 필요한 기계와 기술이 없는 사람들은 부득불 그런 기계와 기술을 소유한 자에게 필름을 맡겨야만 했다. 이는 자신이 촬영했음에도 제3자가 촬영 결과를 보도록 할 수밖에 없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폴라로이드 카메라와 함께하면 찍은 자리에서 바로 사진을 뽑아 볼 수 있어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세상에 단 하나뿐인 사진이 돼 애틋한 감성과 소중한 추억을 간직하게 만든다. 따뜻한 봄이 다가왔다. 아날로그적인 색채감이 묻어나는 폴라로이드 카메라 하나 들고서 감성팔이 여행을 떠나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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