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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사회와 철학

이재우 인하대 물리학과 교수/미래연구원 운영위원장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7년 03월 07일 화요일 제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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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우 인하대 물리학과 교수
초고속으로 발전하는 과학기술은 사회의 변화를 촉진하고 있으며 과거에는 경험해 보지 못했던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미래사회에 생길 수 있는 한 가지 가능한 시나리오를 생각해 보자. "비가 내리는 어느 봄날에 샘은 자신의 뇌에 저장된 모든 정보를 새로 출시된 사이보그로봇 모델 SX89호의 인공뇌로 전송하는 기계에 누워 있다. 그 전날 샘은 자신의 신체를 포기하고 SX89가 자신의 새로운 모습임을 인정하는 법적인 문서에 서명했다. 그런데 뇌의 정보를 전송하는 도중에 갑작스러운 천둥번개가 창가에 번쩍였다. 이때 전송기계의 전원이 나가면서 모든 기계의 작동이 멈췄다. 샘의 뇌 정보 절반이 SX89로 전송됐으나 나머지 절반은 여전히 샘의 뇌에 남아 있었다. SX89에 전송된 절반의 정보는 인공뇌에 온전히 저장되지 못하고 소실됐다. 이제 샘은 자신이 살아온 정보의 절반만을 간직하고 살아야 한다."

# 첨단과학기술과 철학

인공뇌 기술은 가까운 미래에 실현될 수도 있지만 확신할 수는 없다. 이러한 과학기술의 실현 여부를 떠나서 과학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생길 수 있는 인간과 기계, 기계와 결합된 인간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철학적 문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앞의 예화에서 과연 누가 법적인 윤리적인 책임을 져야 할까? SX89호를 제작한 회사가 책임을 져야 할까 법적인 문서에 서명했으니 회사는 아무 책임도 없을까? 정보전송이 아무 문제 없이 진행돼 모든 정보를 온전히 전송했다면, 사이보그로봇은 인간으로 취급할 수 있을까 하는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다.

 미래사회에는 이러한 철학적, 윤리적 문제가 더 많이 발생할 것이며 이러한 문제에 대한 인류의 심도 있는 논의와 철학적 발전이 병행돼야 한다. 만약 철학적, 윤리적, 법적인 문제의 발전과 사회적 합의의 과정 없이 인간 자체의 정체성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과학기술과 최첨단 인공생명 기술 발전은 인류를 새로운 실험대에 올려놓을 것이다. 현재의 최첨단 과학기술 발전은 그 저변에 깔려있는 과학기술적 원리를 전문가 집단이나 한 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일반대중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의 원리에 익숙하지 않은 철학자조차도 첨단과학의 원리와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욱 많이 발생할 것이다. 특히 각 기업은 많은 돈을 들여서 개발한 과학기술과 제품에 대한 철저한 비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제품이 일반에 공개되고 고객이 상품을 사용하는 단계에서 문제를 인식하게 되는 경우가 일상적으로 발생한다. 이렇게 발생한 문제는 그 사회가 문제를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사회적 비용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소비자인 우리 자신이 문제를 떠안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첨단과학기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특히 첨단과학기술에 정통한 전문가들의 윤리적, 철학적 성찰이 필요하다. 따라서 미래사회에는 첨단과학기술의 원리에 정통한 철학자들의 역할이 크게 중대될 것이다.

# 가까운 미래의 당면 문제

멀리 내다보지 않더라도 가까운 미래에 다가올 최첨단 과학기술 제품은 무수히 열거할 수 있다. 구글의 자율주행 자동차, IBM의 왓슨 인공지능 슈퍼컴퓨터의 의료적 진단, 자율운행 드론, 인터넷 및 소셜 미디어에서 극단주의 행동그룹의 탄생, 뇌와 반도체칩을 연결한 뇌 인터페이스 기계의 출현 등은 실현되고 있거나 곧 실현될 수 있는 과학기술이다. 이러한 첨단과학기술이 가져올 편리함에도 불구하고 그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철학적 의미와 문제점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활발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언론이나 인터넷 매체에서 첨단과학기술이 가져올 장밋빛 미래와 경제적 효과, 기술적 선점 등에 대해서만 열을 올리고 기사화하고 있다. 이는 첨단과학기술의 발전 속도가 워낙 빨리 일어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회적 관심의 부족도 한 원인이다.

 우리 미래의 삶이 좀 더 풍요롭고 인간다운 삶이 되기 위해서는 첨단과학기술의 발전과 병행해서 첨단과학기술이 인간과 사회에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영향에 대한 활발한 논의, 사회적 관심, 전문가 집단의 노력이 필요하다. 집단지성과 집단적 사회학습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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