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맥’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등신, 멍청이, 바보 등이 떠오른다.

 "이 숙맥 같은 놈"의 문장에서 ‘숙맥’ 자리에 이런 단어들을 대체해도 문맥상의 의미는 크게 손상되지 않는다. ‘숙맥’은 한자로 ‘菽麥’ 한자 뜻 그대로라면 ‘콩과 보리’를 의미하는데 콩과 보리와 모자라고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의미는 과연 어떤 관계가 있을까?

 주희는 중국 송나라의 훌륭한 학자로 훗날 사람들은 그를 높이 기리어 ‘주자’라 부르며 공자, 맹자의 뒤를 잇는 유교 성인의 반열에 올려 놓았으며, 그가 집대성한 ‘성리학’은 조선왕조 500년 통치의 바탕이 되는 등 우리나라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성인의 반열에 오른 주희에게 형이 한 사람 있었는데 한참 모자라서 ‘콩’과 ‘보리’도 구별하지 못했다고 한다.

 어느 날 주희는 형에게 콩과 보리를 손바닥에 올려 놓고 모양과 크기 등을 자세히 설명해 줬는데도 다음 날이면 여전히 헷갈리는 형을 보고 생겨난 말이 ‘숙맥불변(菽麥不辨)’이라는 단어다. 이 숙맥불변이 ‘콩과 보리도 구별하지 못하는 모자라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변했다.

 ‘숙맥불변’은 불변이 생략돼 ‘숙맥’으로 변형돼 사용하기도 하는데 그러나 어형은 달라졌어도 그 의미는 그대로 계승된다. 이렇게 해서 ‘숙맥’이라는 단어가 어디에서 온 것인지 아울러 ‘숙맥’이 ‘모자라고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의미를 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숙맥’은 ‘숙맥불변’이라는 한자성어에서 생략이라는 절차를 통해 만들어진 말이 요즘에는 이 말을 서로 친숙한 사람끼리 애정이 깃든 핀잔으로 쓰기도 한다. ‘숙맥’을 ‘쑥맥’으로 발음하기도 하니 혹시 떡을 해 먹는 ‘쑥’과 관련이 있는 어형이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지만 터무니 없는 생각으로 원래는 ‘승맥’으로 발음해야 한다.

 ‘숙맥불변’은 콩과 보리를 구별하지 못하는 모자라는 사람, 사물을 분간하지 못한다는 점이 의미 변화된 셈으로 지금 우리가 현실을 살면서 ‘숙맥’처럼 살고 있지 않은지 뒤돌아 보게 된다.

 그러나, 어수선하고 각박한 세상을 살면서 조금 여유를 갖고 ‘숙맥’이란 말이 변하듯(좋은 의미) 남을 속이기보다는 가까운 사람끼리 나눌 수 있는 애정이 담아 있는 ‘숙맥’ 소리를 가끔은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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