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일은 전혀 사소하지 않습니다
한국여성의전화/오월의봄/1만5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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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생존자들입니다. 바로 엄청난 가정폭력의 현장에서 탈출한 생존자들입니다."

이 책의 제목은 원래 ‘한국여성의전화’란 단체가 펼치고 있는 ‘가정(여성)폭력 인식 개선 캠페인’의 이름이다.

10일 출간 예정인 「그 일은 전혀 사소하지 않습니다」는 한국여성의전화가 여덟 명의 여성들이 당한 가정폭력 현장의 기록을 담은 책이다.

인천여성의전화·강화여성의전화·수원여성의전화·성남여성의전화 등 전국 25개 지부를 두고 있는 한국여성의전화가 운영 중인 ‘쉼터’로 탈출한 여성들의 경험을 책으로 출간한 이유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가정폭력이란 문제는 ‘사소’하지 않고 ‘중요’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는 취지다.

글의 내용들은 한마디로 끔찍하다. 이런 일이 어떻게 있을 수 있느냐고 반문하고 싶을 정도로.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알기 위해서는 원문 내용을 그대로 볼 필요가 있다.

‘내일을 꿈꿀 가능성’편에 실린 글이다.

『나를 때린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 난 이제 당신을 용서하려 합니다. 결혼 전 영문도 모르고 내가 사 간 선물로 맞은 일을 용서합니다. 신혼여행에서 내 옷을 갈기갈기 찢은 일을 용서합니다. 결혼 초에 처음 내 목을 졸라댔던 일을 용서합니다. 딸을 낳았을 때 아들이 아니라고 서운해 하며 나의 잘못도 아닌 것을 전부 내 탓으로 돌린 것을 용서합니다. 나를 목욕탕에서 때려 깨진 유리에 발을 다치게 했던 일을 용서합니다. 내가 맞아서 내 몸이 공중에서 한 바퀴 돌고 바닥으로 나동그라진 일을 용서합니다. 계단에서 나의 손가락이, 꼬리뼈가 부서지게 구타한 일을 용서합니다. 구타당하다가 베란다로 도망갔을 때 나에게 칼을 들이댔던 것을 용서합니다. 이 용서가 당신을 다시 만나고, 당신과 다시 살고 싶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당신을 용서하고 나도 용서받고자 합니다. 그리고 나는 나의 삶을 살아가려 합니다.』

이렇듯 남편의 무자비한 폭력 등을 피해자인 아내의 언어로 생생히 볼 수 있다.

2016년 5월 17일 한 여성이 무참히 살해당한 강남역 사건 등을 사례로 들며 페미사이드(Femicide·여성 살해)를 방관하고 있는 한국사회에 대한 경종도 담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끔찍한 경험담을 소개하는 것으로 끝나지는 않는다. 피해자들이 희망찬 삶을 살아가길 바라듯이 우리 사회도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성폭력’, ‘데이트폭력’, ‘시집갈등(고부갈등)’ 등의 말들이 없었던 시절에 꾸준한 문제 제기로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고 정립한 단체다. 이 책을 출간한 목적도 마찬가지다. ‘가정폭력은 전혀 사소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달해 이런 상황이 다시는 우리 사회에 없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비는 살아있다  
안혜경/문학의전당/9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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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문인협회 회원인 안혜경 시인의 신작 시집이다.

안 시인은 슬픔을 물로 표상한 다수의 작품을 이번 시집에 내놨다.

74쪽에 실린 ‘슬픔은 어디로 흘러갈까’란 시를 소개해 본다.

『터진 봇물은/ 가슴속에 흘러넘쳐/ 밑바닥을 굽이치고/ 파도를 철썩여 핏줄마저 넘쳤을 때/ 슬픔은 어디로 흘러갈까/ 집도 강물로 넘치고/ 온 거리를 휩쓸고/ 산을 넘어/ 바다로 흘러 들어가도// 남아 있는 슬픔/ 다시 강물이 흐른다/ 바다에서/ 산으로/ 거리로 집으로/ 가슴 밑바닥을 철썩이는/ 짙푸른 강물// 물결 소리에 귀 기울이다/ 강물에 몸을 던진다』

신규호 시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안 시인의 작품세계는 ‘비애의 시’라 할 수 있다. 삶의 슬픔 때문에 끝없는 여행을 떠나며 존재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안혜경 시인의 작품이 가득하다.

손석희 현상   
강준만/인물과사상사/1만5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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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JTBC 기자들은 한국 언론의 영웅처럼 대접받고 있다.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 조사에서도 손석희 아나운서가 1위를 기록 중이다.

JTBC가 최순실 게이트를 파헤치는 데 앞장서며 언론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 때문이다.

저자인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강준만 교수는 이를 ‘손석희 현상’이라고 표현했다.

사람들이 왜 JTBC 뉴스에 열광하는지를 분석하고 그에 대한 해답으로 손석희 아나운서가 내세운 가치를 꼽았다. 바로 정론 저널리즘의 4대 가치로 강조한 균형·공정·팩트·품위가 있는 뉴스라는 설명이다.

이 책에 손석희 아나운서에 대해 마냥 좋은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니다. 저자는 "마음에 들지 않는 내용도 있겠지만 저널리즘 동업자로서 너그러운 이해를 부탁한다"는 말로 양해를 구했다.

김경일 기자 ki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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