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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돌린 TV 채널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30대 중반, 한창 일할 나이에 모든 걸 접고 세계여행에 나선 젊은 부부의 이야기. 용기 있는 선택인 동시에 무모하게 보이는 그들의 삶이 궁금해졌다. 저성장 시대, 청년들에게 직장과 정규직이란 단어는 마치 이상향처럼 손에 넣기 어려운 신기루와 같다. 하지만 이 젊은 부부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여행길에 나섰다. 1년에 반은 일용직 등을 전전하며 돈을 모으고, 나머지 절반은 여행을 떠나 드넓은 세상과 마주했다. 그들은 말한다. ‘행복을 미루지 말라’고. 적게 벌고 적게 쓰는 삶이 때론 불편하긴 하지만 나쁜 삶은 아니라고 말이다. 요즘 같이 불확실한 세상에 그 흔한 보험 하나 들지 않고 살아가는 부부는 건강이 재산이라며 매일의 조깅으로 건강보험을 대신하고 있었다. 반지하, 월세, 자가용도 없는 뚜벅이 삶. 그리고 한 달에 3천300원이라는 믿을 수 없는 통신요금으로도 꿋꿋이 버텨 나가는 이들의 얼굴에선 그 무엇으로도 대신 할 수 없는 자부심과 행복감이 묻어나 있었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나는 정말 행복한가?’라는 흔한 질문에 우리는 어떤 대답을 자신있게 내뱉을 수 있을까? 오늘은 그런 행복 찾기의 연장선으로 2014년 개봉작 ‘꾸뻬 씨의 행복여행’을 소개하려 한다.

런던에서 정신과 의사로 근무하는 헥터는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나 어떤 일이든 오래 하다 보면 권태기가 오기 마련. 그는 자신의 천직 같던 일에 싫증을 느낀 것은 물론 사기꾼으로 전락한 기분마저 들었다. 사실 헥터는 스스로도 행복을 정의하지 못했다. 그런데 어찌 매일 같이 불행하다며 의사를 찾는 환자들을 도울 수 있단 말인가! 돌아보니 그는 매번 비슷한 이야기로 돌려 막듯 환자들과 상담을 했고, 시간 때우듯 진료를 하고 있었다. 이에 그는 행복이란 무엇인지, 그 해답을 찾기 위해 다소 충동적인 여행을 결심한다. 런던, 상하이(上海), 티베트, 남아공 그리고 LA를 돌며 헥터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생각지도 못한 경험을 쌓는다. 그리고 그 시간을 통해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깨달아 간다.

우리 중에 그 누구라도 행복한 삶 대신 불행을 추구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행복 추구는 인간의 기본적이며 자연스러운 본성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내면과 진지하게 대화하다 보면 어떤 삶이 행복인지 금세 깨닫게 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는 이런저런 이유로 ‘지금’ 행복해질 수 있는 삶을 뒤로 미루며 살아가고 있다. 오늘을 조금 희생하면 내일이, 미래가 행복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그러나 오늘이 기쁘지 않다면 결국 내일의 행복도 기약할 수 없는 법이다. 희생 혹은 노력이라는 이름이 어쩌면 타인과의 비교와 욕심에서 비롯된 다른 이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영화 속 헥터는 돈과 권력에 있어 그 사람의 인생둘레에서는 부러울 것 없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러나 행복하냐는 질문에 그들은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뻔한 이야기 같지만 행복의 요건이 타인이 보기에 그럴듯한 재물과 권력에서 나오는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영화 ‘꾸뻬 씨의 행복여행’에서는 결국 행복은 현재를 긍정하는 삶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타인과 덜 비교하고 현재의 가치를 사랑하는 삶이 행복한 내일도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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