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달력을 들여다 봤다. 날짜마다 참 많은 날들이 기록돼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달력마다 그 날들이 조금씩 다르다. 정확히 말하면 어떤 달력에는 별다른 표시가 없는 날이 다른 달력에는 어떤 날이라고 표기돼 있다.

 가지고 있는 달력들이 통상 특정 기관이 제작한 달력인 탓이다. 기관마다 관심사는 다를 수밖에 없고 관심사에 따라 달력 안에 ‘날’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이달은 1일부터 날이 있다. 한국사람이라면 모를 일 없는 삼일절이다. 부연설명은 사치일까. 이날 하나만으로도 100년 가까이 된 그날을 잊을 수 없다. 아니, 잊지 않기 위해 이날을 기억해 왔다.

 3일은 납세자의 날이다. 5일은 경칩이고, 9일은 어떤 한 달력에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D-1년’이라고 인쇄돼 있다.

 15일은 3·15의거 기념일과 상공의 날이다. 순간 3·15의거 기념일이라….

 기억이 날듯 말듯 머릿속이 가물가물하다. 이러면 모르는 거다. 재빨리 검색에 들어갔다. 순간 ‘아하!’하고 무릎을 쳤다. 이승만 정권 시절(1960년), 부정선거에 항의해 마산 시민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이 있던 날이다.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4월 혁명의 도화선이 됐던 사건이리라.

 20일은 춘분이고, 22일은 세계 물의 날이다. 여기에서 달력에 따라 또 갈린 날, 23일은 세계 기상의 날이란다. 이어 29일은 문화가 있는 날이다. 박근혜 정부(문화융성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을 지정했다.

 박근혜 정부, 이젠 과거가 됐다. 아마도 이 글이 읽혀지는 즈음에는 여기저기서 이에 대한 ‘말말’들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더 이상 여기에서 거론하는 게 의미가 있나 싶다. 솔직히 정치적인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

 다만, 그저, 진심으로, 많은 희생이 따랐던 4월 앞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앞으로 10일은 참 많은 날들 중 또 하나의 날이 될 것 같다. 날이 좋든, 날이 좋지 않든 날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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