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시대의 후반부, 마침내 사마씨의 진(晋)이 성립되고 양쯔강 하류에 오(吳)가 있었으나 그 세력은 미미했다. 명장 양호(羊祜)는 당시 오나라의 지배자 손호가 제멋대로 권력을 휘둘러 백성들이 고통 받고 있음을 지적하며 오나라 토벌 작전을 구상해 표문으로 올렸다. "기회는 하늘이 내리지만 성공하는 데는 필히 사람의 힘으로 이루어집니다(天期運雖天所授 而功業必因人而成). 손호의 횡포는 극악무도하고 백성들이 겪는 고생은 너무 심합니다. 우리 진나라 군사는 예전에 비해 훨씬 강해졌으니 지금 천하를 평정하지 않고 군사를 두어 지키기만 한다면 세상은 난리로 빠뜨리고 긴 세월을 버티지 못할 것입니다." 물론 군사 작전에 대한 세세한 사항, 동원 군대 수효, 군량 수송, 진격로, 적진의 상황 등등을 모두 기록해 첨부했다. 그런데 가충 등의 반대로 양호의 요청이 거부되고 말았다. 훗날 통일이 되고 진나라 황제는 축하연에서 "이 모든 게 사실 양호의 공이다"라고 칭찬했으나 그는 세상을 떠난 후였다. 세상을 바로잡고자 하는 뜻이 이뤄지려면 사람의 노력만으로 되는 건 아니다. 운수가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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