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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승연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지난 반년 가까운 기간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대통령 탄핵, 여야의 극한 대립과 대통령 파면 등 혼돈의 정치이슈가 우리 사회를 지배해 왔다. 그러는 사이 안 좋았던 경제는 더욱 어려워졌고 안보마저 어려움에 처하게 됐다. 현재 경제·안보 동시 위기란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우리 경제를 둘러싼 위기 상황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얼어 붙은 내수는 되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로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3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고용 역시 제조업에서만 취업자 수가 2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16만 명이나 감소했다. 청년실업률은 사상최고치로 급등하며 ‘고용절벽’, ‘취업절벽’ 등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가계부채 문제 또한 심각하다. 부동산 규제완화 등 박근혜 정부의 무리한 부양책으로 가계부채는 지난 4년 동안 380조5천억 원 급증했다. 2012년 말 964조 원으로 1천조 원을 밑돌던 가계부채는 2014년 이후 매년 100조 원 이상 늘어 작년 말 현재 1천344조3000억 원을 기록했다.

 설상가상으로 중국과 미국 등 G2 관련 대외변수가 우리 경제의 앞날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은 롯데를 넘어 현지에 진출한 다른 기업들로 확산되고 있다.

 그리고 이달 안으로 미국의 금리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금리가 인상되면 환율 상승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진다. 게다가 시중금리도 동반 상승해 많은 가계부채를 떠안고 있는 서민경제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 여기에 한미 간 금리차가 줄어들면서 외국인 자금의 급격한 이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경제뿐 아니라 우리의 안보를 둘러싼 상황도 녹록지 않다.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발사는 이미 일상화되고 있는 느낌이다. 이에 대해 미국과 협력하에 우리 정부는 사드 배치를 추진해 왔으나 중국을 의식한 야당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급기야 한미는 예고 없이 발사대를 도입함으로써 사드 배치를 공식화하고 나섰다.

 핵무기 보유국으로서의 입지를 다지려는 북한 태도는 더욱 노골화하고 있다. 최근 북한이 우리의 불안정한 정치 상황을 노리고 제6차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북한 핵 위협에 대해 미국 트럼프 정부와 한국의 보수 정치권에서는 전술핵 재배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북한의 도발과 이에 대한 강력한 대응책이 나오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경제와 안보는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작금의 경제위기와 안보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합리적이며 강력한 정치 리더십이 들어서야 한다. 그 리더십은 경제와 안보위기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고 합리적 해결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펼쳐질 두 달간의 대선레이스에서 국민들은 무엇보다도 후보들의 경제관과 안보관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그런데 경제 및 안보위기의 원인 및 처방전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생각을 충분히 파악하고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어디까지 규제를 풀 것인가, 세금을 인상하며 공공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필요한가, 중국의 부당한 사드 보복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등에 대해 민의를 충분히 파악해야 한다. 전술핵 재배치 등 안보문제에 대해서도 정부와 국민과의 소통을 통한 민의의 반영이 필요하다.

 지난 금요일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파면을 결정했다. 헌재의 결정은 박 전 대통령 본인은 물론이고 우리 헌정사에도 씻기 힘든 오점으로 남게 됐다. 작년 10월 이후 우리 사회는 촛불과 태극기로 나누어진 극심한 국론 분열을 경험해 왔다. 당분간 헌재 결정의 후유증이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대통령 파면이라는 엄중한 현실을 직시하며 이제는 모두가 화합해야 한다. 그리고 현재 우리가 직면한 경제 및 안보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우리는 두 달 후 이 두 복합위기 극복에 앞장설 수 있는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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