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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실 대한결핵협회 인천지부장
한 치 앞도 가늠하기 힘든 현 정국과 주변국 정세에서, 우리 국민은 늘 당해 봐야 어리석음에서 겨우 지혜를 하나씩 터득하는 것 같다. 무슨 사안이든 촛불을 들면 모두 정의롭고, 모든 것이 해결되리라 믿었는데 그때마다 교묘하게 무임승차한 일부 정치인은 촛불 숫자에 따라 말이 달라지고, 주변국은 힘 빠진 우리나라에 갖가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는데, 함께 힘 모아 대처해야 하지만 완장 찬 국회의원은 주변 강대국에 우르르 몰려가 미리 눈도장 찍는 것이 120년 전 조선 말에 나타났던 국가지도자의 ‘나라 쓰러뜨리기’를 보는 것 같다. 반복된 어리석음을 딛고 얻은 안쓰러운 지혜를 잊지 말아야 하지만 요즘 벌어지고 있는 특검을 보면 정말 특검을 특검하거나 처음부터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어리석은 답을 해 본다.

 새해 들어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서 이젠 후배들에게 짐이 되지 않고 보이지 않게 도와 줘야겠다고 생각할 나이에 고마움이 드는 것은 바로 이런 저런 일에 있었던 과거와 비교해 미래를 걱정할 수 있는 나름대로의 지혜가 있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에 앞만 보면서 좌충우돌했던 오기에 가깝던 젊음을 웃으면서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반복되는 국가 전체의 어리석음을 잊어버리기 위해 아예 종편 TV방송을 멀리하려고 애쓰고, 무수히 날아오는 메시지나 카톡 그리고 밴드 내용도 보지 않고 지우거나 그냥 덮기로 하면서 지내는 나만의 방식으로 추위도 이겨내면서 열심히 걷거나 평생교육회관에서 각종 스포츠 강의에 매달린다. 혹여 혼자 있게 되면 그대로 멈춰 일단 크게 심호흡을 해본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호흡에 집중하면서 일체 생각이 절로 놓아진다. 뭐든 해야 한다는 생각을 접고 안정된 자세로 눈을 편하게 감고 긴 호흡과 함께 몸을 쉬게하다 보면 머리가 맑아지면서 추위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동안 선거에 시달리면서도 혼자서 꼼지락거리면서 자연스럽게 몸에 밴 습관으로 배운 것도 아니고 책을 보고 알게 된 것도 아니고 현실 도피지만 자신을 돌아보기 위한 편한 마음이었다. 자주 가는 등산에서 어쩌다 혼자 있게 되는 시간에는 마음을 편하게 하게 된다. 이제까지 시간에 쫓겨 늘 서두르게 되고 급한 마음에 뛰었지만 언젠가부터 힘 들이지 않고 천천히 산에 오르게 되고 그렇게 숨차지 않게 걸을 수 있는 요령을 터득하게 됐다.

 60년대 살던 곳이 인천의 달동네인 송현동(현 솔빛마을) 칭칭대위 언덕배기 동네에서 지금의 응봉산(자유공원)에 있던 학교까지 빠른 걸음걸이로 대략 25분 정도 걸렸다. 매일이지만 습관적으로 늘 등교시간에 맞춰 아슬아슬하게 집을 나선다. 결과적으로 속보로 걷기에 버거운 경사가 완만하지만 뛰기엔 힘든 거리를 겨우 지각을 면하는 고통을 매일 같이 반복했다. 매일 아침마다 학교를 가면서 "조금만 일찍 나설 것을…" 뛰다시피 걸으며 스스로 자책하지만 다음 날도 어제와 같은 내 모습을 보면서 습관을 고쳐야지 하면서 실제로 쉽지 않았다. 고쳐보려고 매일 자신을 자책하면서 몸과 마음을 편하게 하며 빨리 걷는 방법으로 엉덩이를 뒤로 빼고 걸으면서 걸음에 맞춰 호흡을 하다 보니 그런대로 조금은 편하게 걸을 수가 있었다.

 물론 어리석을 정도로 괴팍한 지혜지만 아직도 젊은 친구들과 야트막한 산을 오르면서 지금 생각하면 살아가는 지혜로 생각되며, 어리석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지혜로서 여간 고맙지 않다. 지금도 웬만한 거리를 걸을 수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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