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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용 변호사
2017. 3. 10. 오전 11:00, 온 국민은 숨죽여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눈과 귀를 기울였다. 11시 20분께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탄핵 결정 주문이 낭독됐다. 대통령 박근혜에 대한 탄핵 소추 92일 만의 일이다. 헌법 제65조를 보면, 대통령 등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고(제1항), 탄핵소추의 의결을 받은 자는 탄핵심판이 있을 때까지 그 권한행사가 정지되며(제3항), 탄핵결정은 공직으로부터 파면함에 그치지만 민사상, 형사상의 책임이 면제되지는 아니된다(제4항)고 돼 있다. 헌법 제65조에 따라 제18대 대통령 박근혜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가 2016년 12월 9일 의결됐고, 그로부터 92일 만인 2017년 3월 10일에 헌법재판소 8인 재판관의 평의에 의한 8:0 만장일치 인용 판결로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직에서 파면됐다. 참으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2016년 10월 말에 시작된 광화문광장 촛불 집회를 시작으로, 전국에서 매주 토요일 4개월 이상 20여 차례 진행된 촛불혁명은 연 인원 1천500만 명을 넘으면서 결국 대통령을 파면시키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한마디로 국민 저항권의 승리요 국민주권의 발현이라 하겠다.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박근혜에 대한 탄핵 인용 결정을 하면서 결정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헌법은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관의 존립 근거이고, 국민은 그러한 헌법을 만들어 내는 힘의 원천이라고. 그리고 헌법재판부는 이번 탄핵 심판을 함에 있어 위와 같은 점을 깊이 인식하면서 역사의 법정 앞에 서게 된 당사자의 심정으로 선고에 임한다고 했다. 그리고, 대통령 박근혜의 헌법과 법률 위반에 대해, 무엇보다 박근혜는 최순실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한 것이 분명하고, 이로 인해 헌법, 국가공무원법, 공직자윤리법 등을 위배했으며, 또 미르와 케이스포츠 설립을 통해 최순실의 이권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준 행위는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했을 뿐 아니라, 기업 경영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위와 같은 대통령 박근혜의 위헌·위법 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 행위이고 헌법위배에 해당하므로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 할 것이므로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고 선고했다. 한마디로 정치적 파면 선고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 12일 저녁 청와대를 나오면서 위와 같은 헌법재판소의 심판 결정에 대해 불복하겠다는 뜻을 비쳤고 진실은 언젠가 밝혀진다고 했다. 그것도 자신의 말이 아닌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의 입을 통해서. 이 같은 박근혜의 태도는 헌법재판을 통한 국민의 심판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으로 국민의 요구에 대한 반발이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이 꼭 알아야 할 것이 있다. 헌법 제65조에 따른 탄핵 결정은 공직에서 파면함에 그치지만 민사상, 형사상의 책임이 면제되지는 아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장에라도 형사상 소환될 수 있으며, 이에 응하지 않으면 체포, 구속 등 강제수사권을 발동할 수 있다.

 더구나 지금 현재 최순실에 대한 형사재판이 진행 중에 있으며, 삼성 이재용에 대한 형사재판도 지난 주부터 시작됐다. 따라서, 최순실과 이재용의 범죄에 대한 공범의 혐의를 받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도 신속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제 대통령 박근혜에 대한 탄핵이 인용되는 순간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시작됐다. 헌법 제69조 제2항에 따라, 대통령이 탄핵으로 파면됐으므로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해야 하며, 그에 따르면 늦어도 오는 5월 9일까지는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한다. 새로운 대통령은 무엇보다 그동안 무너진 헌법 질서를 바로잡고 박근혜와 최순실이 법을 어기면서 저지른 악폐를 청소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아직도 진상을 규명하지 못한 세월호 사건과 졸속으로 합의한 한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 그리고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 사이에서 민족의 생존권을 살려내야 할 사드 도입 문제 등을 원만히 잘 해결해야 하며, 닫혀진 남북관계도 시급히 대화와 협력으로 열어가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 국민은 헌법에만 존재한 대통령 탄핵이라는 유례 없는 일을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후퇴하는 민주주의를 구해내는 저력을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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