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골목  
김탁환/난다/1만3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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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탁환이 펴낸 에세이다. 「불멸의 이순신(2014)」 등 대표작들이 영화와 드라마로 나온 유명한 장편소설의 작가이지만, 이번 책은 제목처럼 엄마와 함께 산책을 하면서 이야기하고 느낀 감정들을 적은 가벼운 느낌의 산문이라 더 호기심이 간다.

2015년 5월부터 2017년 1월까지 고향 진해를 홀로 지키는 엄마와 둘이서 지역 곳곳을 함께 걸어 보게 된 계기부터 나온다.

『오래전부터 엄마에 관해 쓰고 싶었다. 내 나이 서른 살에도, 마흔 살에도, 엄마의 삶이 궁금했다. 그때는 써야 할 이야기가 넘쳤으므로, 엄마는 자꾸 밀렸다. 언제나 내 뒤에 서 계실 거니까. 이번이 아니라도, 곧 돌아와 쓰면 된다고 스스로를 합리화했다. 한 번 미루니 두서너 해가 휙휙 지나갔다. 그렇게 나는 장편작가가 되었고 등단 20년이 지났지만 엄마의 삶을 오래 들여다보며 문장으로 옮기진 못했다. 그래도 마음만 먹으면 금방 옮길 수 있다고 자신했다. 너무 늦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도 없이.』

칠십을 훌쩍 넘은 엄마와 오십이 된 아들이 짬이 날 때마다 만나 고향의 곳곳을 걷고 나눈 이야기는 특별하지는 않지만 정겹다.

2015년 5월 5일 상경한 엄마와 저자가 카페에서 나눈 대화 중 일부이다.

『갑자기 휴대폰을 든 엄마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두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중략)"열 명이서 지난 10년 전에 계를 시작했는데, 벌써 다섯이나 가 버렸네. 절반 넘게 죽으면 계를 그만두자고 했는데, 그땐 농담이었는데, 그 농담이 진담이 되었어." (중략)나는 냉수를 가져왔다. 엄마는 물을 다 마신 다음에야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러다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입으로는 눈물이 흘러나온 것이다. 어리둥절한 내게 엄마는 제법 긴 이야기를 들려줬다. (중략)"오늘 떠난 애가 우리 젊었을 때 친구들 중에서 가장 춤을 잘 췄어. 나이트클럽에 같이 가면 스테이지에서 내려올 줄 몰랐다니까." (중략)"그런 앤데, 뼈 하나만은 튼튼한 애였는데 그렇게 뼈가 툭툭 부서지고, 골수암으로 죽을 줄은 정말 몰랐어. 망할 기집애."』

이렇듯 이 책에서는 ‘엄마’란 단어가 셀 수 없이 튀어나온다. 마치 엄마의 모든 것을 기억하고 싶다는 의미처럼.

저자는 이야기를 나눌수록 내가 모르는 무엇을 엄마가 얼마나 더 지니고 있을지 궁금하다고 했다. 또 ‘엄마’라고 정확하게 엄마를 부른 적이 이전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고백과 함께 짬을 내 엄마와 이야기하며 귀담아 들어보는 시간을 가져 보길 권하고 있다.

교사생활 월령기 
경기교육연구소/에듀니티/1만6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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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생활 1년을 12가지 주제로 정리한 교육학 저서이다. ‘3월, 멀고도 가깝지만 함께 가야 할 학부모’편부터 ‘이듬해 2월, 진정한 지식과 삶을 마주 세우는 교육과정’편까지 교육의 다양한 현실과 대안이 나온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의 추천사처럼 국내 교육의 주요 현안들을 혁신교육의 관점에서 풀어썼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듯싶다.

학교 내 승진에 대해 이런 제안도 나온다.

『앞으로 승진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고 설사 교장이 된다 하더라도 임기가 끝나고 퇴직하지 않으려면 평교사로 교단에 복귀할 수밖에 없습니다. 교장의 위치도 대접받기보다 헌신하는 자리로 바뀔 터이니 이제 교사가 추구할 것은 자리를 얻기 위한 ‘점수’가 아니라 시대의 변화를 담아낼 수 있는 전문성입니다.』

저자는 군포 둔대초 황영동 교장과 성남 이매고 권정희 교사 등 여섯 명의 교사들이다. 경기 교육의 정책과 대안을 찾고자 노력하는 경기교육연구소에서 활동 중인 교사들이라고 한다.

일하지 않아도 좋아
어니 젤린스키/크레센도/1만3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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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을 선행이자 의무로 생각하고 근면성을 인간에게 필요한 자질로 본 프로테스탄트 윤리에 반기를 든 책이다. 과연 일을 안 하면 인생을 유쾌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노동(일)의 이유와 목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저자와 역자 모두 타의로 회사에서 해고당하거나 자의로 자유직을 선택해 실직을 경험해 본 사람들이다. 실직의 괴로움 속에 허우적거리기도 했지만 좋아하는 일과 자기 길을 찾으며 여유롭고 풍족한 삶을 현재 즐기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왜 일을 하는가’라는 질문과 함께 고대 문명에서의 노동 가치를 소개하고 있는데, 일에 푹 파묻혀 사는 사람들은 한 번쯤은 읽어 볼 만한 내용이다.

『실제로 고대의 유명한 그리스 철학자들은 노동을 천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육체노동을 하면 우정을 쌓고 공동체에 이바지할 여유가 없기 때문에 그런 사람은 시민으로서 자격이 없고 친구로서 적절하지 않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김경일 기자 ki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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