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연못에 태양처럼 빛나는 황금색 비늘을 가진 잉어가 살고 있었다. 연못의 다른 물고기들은 찬란하고 영롱한 황금색 비늘을 가진 잉어를 부러워하며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잉어는 도도하고 차가워 아무도 접근할 수 없었다. 잉어는 혹여 비늘에 상처라도 생길까 싶어 다른 물고기들이 다니지 않는 길만 골라 다녔다.

결국 잉어는 친구 하나 없는 외톨이가 됐다. 늘 혼자였다. 잉어의 외로움이 깊어갈 무렵, 다른 연못에 살던 붕어가 이사를 왔다. 붕어도 잉어의 아름다움에 반해 말을 걸었다. 외로움에 갇혀 있던 잉어는 붕어를 반갑게 맞았고, 이내 베스트 프렌드가 됐다.

그러던 어느 날, 붕어가 잉어에게 "비늘을 하나 갖고 싶다"고 부탁을 했다. 잉어는 선뜻 자신의 비늘 하나를 떼어 줬다. 날듯이 기뻐하는 붕어의 모습을 보니 잉어도 기분이 좋았다. 소문은 삽시간에 연못 전체로 퍼졌다. 연못의 다른 물고기들도 비늘 하나를 떼어 달라고 졸랐다. 소중한 비늘을 다른 물고기들에게 모두 떼어준 황금 잉어는 보통 잉어의 모습이 되었지만, 많은 친구가 생겨 더 이상 외롭지 않았다. 연못도 다른 물고기들이 나누어 붙인 황금 비늘이 저마다 내는 빛으로 늘 아름답게 빛났다.

지난 10일. 우리는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 탄핵이라는 비극적 상황에 직면했다. 하지만 아직도 이 나라에서는 좌와 우로 나뉜 이념 쟁투가 한창이다. 이른바 ‘촛불’과 ‘태극기’로 대변되는 우리 사회의 대립과 갈등. 2개월 안에 치러질 선거를 앞두고 오히려 가중되는 분위기다. 나와 뜻이 맞으면 우군, 틀리면 적군. 우군은 선이요 적군은 악이라는 이분법적 도식에 모든 것을 끼워 맞추는 극단의 편가르기.

나그네를 유인해 침대에 눕힌 뒤 키가 침대보다 길면 몸을 잘라 죽이고, 짧으면 몸을 늘여 죽였다는 그리스 신화 속 이야기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를 닮았다. 진보와 보수의 프레임이 정쟁으로 우리의 일상생활에 침투하게 된 상황에서 한 마디. "우리가 남이가. 반만 년 역사와 함께 한 한민족 아이가. 화합하고 지켜내야 할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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