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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가슴속에 상처 하나씩은 안고 살아간다. 저마다의 사연 속에 담긴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아픔들은 시간이라는 만병통치 약을 처방받아 조금씩 아물어 간다. 그러나 그 시간 처방의 약효는 절대값으로 측정이 불가하다. 즉 사람에 따라, 환경에 따라, 그리고 아픔의 크기에 따라 치유 속도는 차이를 보인다. 오늘 소개하는 영화 ‘트루스 어바웃 엠마누엘’은 17년간 극복할 수 없는 상처에 고통받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17년 전 세상에 태어나 빛을 보는 것과 동시에 상처와 결핍을 맛본 엠마누엘. 그녀의 빠른 회복을 위해 그 삶에 귀를 기울여 보자.

푸른 눈동자의 엠마누엘은 늘 깊은 생각에 빠져 사는 듯하다. 건조하게 앙다문 입술은 가끔 열릴 때마다 마치 자신을 보호하기라도 하듯 세상에 상처를 입힌다. 어쩌면 그녀의 이런 모습은 사춘기를 겪는 또래의 청소년들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히스테리를 부리듯 날카로운 그녀의 태도는 매년 돌아오는 자신의 생일이면 정점에 달한다. 까닭인즉, 그녀의 아픔은 엄마의 상실과 관련 있기 때문이다.

17년 전 엠마누엘이 태어나 첫 숨을 들이쉬는 순간 그녀의 어머니는 마지막 숨을 내뱉었다. 엄마를 잃은 상실감과 죄책감을 쉬이 극복하지 못하던 엠마누엘은 어느 날 엄마를 닮은 한 여인을 만나게 된다. 남편 없이 홀로 어린 딸을 키우는 옆집 여인 ‘린다’. 엠마누엘은 베이비시터를 구한다는 린다의 소식에 아르바이트를 자처하며 그녀와 가까워지려 노력한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가 그러하듯 자신의 딸을 애지중지 사랑하는 린다의 모습에 엠마누엘은 자신을 투영한다. 마치 어릴 때 느껴 보지 못한 엄마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착각에 빠질 만큼 엠마누엘은 린다에게 푹 빠져 버린다. 그러던 어느 날, 엠마누엘은 충격적인 린다의 비밀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녀를 지켜주기 위해 그녀와 함께 비밀을 간직한 채 살아가기로 마음먹는다. 하지만 엠마누엘의 결심과는 달리 린다의 비밀은 오히려 린다에 의해 세상에 발각될 위험에 처하게 된다. 엠마누엘이 지키려는 그 비밀의 진실은 무엇일까?

영화 ‘트루스 어바웃 엠마누엘’은 쉽게 회복될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두 여인이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며 함께 치유와 극복으로 나아간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실 딱히 신선할 게 없는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긴장감 있는 전개와 두 주연 배우의 흡인력 있는 연기로 이목을 집중시킨다. 특히 엠마누엘을 연기한 카야 스코델라리오의 눈빛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날카롭고 강렬하지만 금세라도 상처받아 부서질 듯한 연약함을 동시에 보여 주는 눈망울은 그녀가 가진 위태로운 양가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그녀의 눈빛은 다시금 영화가 말하려는 치유와 회복으로 관객들을 불러모은다. 결국 우리가 기댈 어깨는 공감해 주는 따뜻한 마음과 눈빛에 있다는 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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