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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세국 미추홀푸른숲 사무국장
연간 평균 284㎜의 강우가 내리던 아프리카 사하라사막 주변의 사바나 초원에 122㎜가 내린 것은 1968년의 일이다. 1972년에는 단지 54㎜가 내렸다. 6년간의 지독한 가뭄은 아프리카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인 챠드호수의 물을 30% 정도만 남겼고, 하천은 물론 목초지와 관목지가 황폐해져 사막화됐다. 1974년 강우가 정상으로 돌아오기까지 인근지역의 25만 명이 기근과 가뭄과 질병으로 목숨을 잃었으며 수백만의 소, 염소, 양 등 가축이 사라졌다. 이를 계기로 1974년 12월 유엔총회는 사막화 방지를 위한 국제행동을 결의, 유엔사막화 방지 총회의 출발 계기가 됐다. 1994년 파리에서 유엔 사막화 방지협약을 채택했고 현재는 회원국이 194개국으로 우리나라는 1999년에 가입했다.

 협약은 중국 등 개발도상국의 사막화 대응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지식 및 기술의 제공과 지원이 목표이다. 회원국이 출연하는 국제환경기금(GEF)을 통해 사업을 추진하도록 하고 있다. 환경가치에 대한 중요성이 국제적으로 확대 고려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은 이 GEF자금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다. 황사는 동북아에서 특징적인 것으로 베이징은 매년 자동차 위를 덮는 황사 모래 가루가 1㎝가 넘는 날이 잦아지고 있다. 그런 날은 비닐봉투를 뒤집어써야 거리를 다닐 수밖에 없다. 황사에 의한 국내 피해의 경제적 가치를 3조 원 정도로 추정한다는 삼성경제연구소의 분석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황사의 월경성 문제를 주로 다루는 동북아 환경협력 분위기는 냉전 이후 동북아 국가 간의 안보나 무역과 같은 국제협력 관점에서 환경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여기에 시민사회의 국제적인 영향은 지역환경 협력의 틀을 더 확대하도록 했다. 동북아 환경협력 고위급회의(NEASPEC)와 동북아환경협력회의(NEAC)는 중국이나 몽골의 황사에 대한 과학적인 데이터 수집과 이에 대한 대응 정책 등을 주로 다루고 있다. 그러나 사업 추진을 위한 재원조달 등의 걸림돌을 넘기가 어려워 표류하고 있지만 민간에서의 포럼 등을 꾸준히 전개해 오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환경이나 녹색이라는 용어는 모두 사라져버렸다. 그나마 이를 굳이 ‘녹색’으로 표현했던 이명박 정부에서 환경가치에 대한 평가는 작지만 대우를 받았다. GGGI(Global Green Growth Institute) 등으로 인해 국제적인 대열에서 짝퉁이나마 리더의 대열에 있었다. 그러나 뒤이은 정부에서는 환경이라는 말이 수면 밑에서 숨쉬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환경’이나 ‘녹색’ 이라는 말은 사용하지 않았다. 많은 국정 가운데 이런 면은 조금 뒤처져 있겠거니 했다. 무신경하거나 빈곤한 철학에 의해 일어나는 사실임을 알게 된 것은 2015년 뉴욕 유엔본부에서의 연설문을 본 뒤였다. 큰 의미가 없는 연설 순서임에도 국내의 대부분 언론에서는 러시아 푸틴 다음인 7번째로 연설했던 사실만을 강조했으나 실제 내용은 더 경량이었다. 유엔의 정책 기저가 지속가능한 발전(SDG‘s)이 주제였음에도 이에 대한 내용은 없었고 북핵의 위험성에 대한 대책 없는 경고 이외에 새마을운동에 대한 강력한 의지만을 보여줬다. 마치 새마을운동이 가장 가치 있는 것으로서 이것만 가지면 지구촌 곳곳의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있다는 듯했다. 저개발국가에서 주인의식과 자신감을 갖게 하는 새마을운동은 농촌개발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역설했다.

 중앙정부의 정책이 변화한다고 하더라도 지방정부는 환경의 절대가치에 더 주목해야 한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돼 환경에 대한 국제적인 협약을 모두 무시하겠다고 해서 걱정이지만 한편으로는 캘리포니아주를 생각하면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 이미 주립 정책의 우선 순위에 환경의 중요 항목으로 책정돼 있다. 배출권 거래제에 대한 제도적인 장치는 이미 다른 나라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이번만이 아니라 그 이전에도 주 차원에서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해야 할 사안을 추진해 오고 있다. 지방이 건실하면 중앙정부의 정책이 오락가락 하더라도 환경가치에 대한 논의는 확장이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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