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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직 인천재능대학교 호텔관광과 교수
3월 남도로부터 봄소식이 전해진다. 어딘가 대문을 박차고 떠나고 싶다. 대부분 사람들은 여행(Travel)과 관광(Tour)의 차이를 잘 모르는 것 같다. 여행과 관광은 집을 떠난다는 점만 같을 뿐 다른 공통점은 전혀 없다.

 여행의 본질은 발견이다. 여행객은 여행을 통해 새로운 경험과 지혜를 얻고 새로운 사람과 문화를 접촉하는 과정에서 궁극적으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반면 관광의 본질은 기본적으로 소비 행위이다. 관광객은 관광을 통해 편안함과 즐거움 그리고 일정 수준 이상의 서비스를 요구하고 그 대가로 기꺼이 비용을 지불한다.

 관광객은 목적지인 관광지까지 주로 비행기를 이용함으로써 이동에 소비되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려 하지만 여행객은 느긋하게 도보로 혹은 대중교통 등으로 이동하면서 목적지까지의 이동 그 자체만으로도 소중한 여행이 된다.

 또한 아프리카를 찾은 관광객은 낯선 현지인들의 모습을 보고 신기해하며 인증 사진을 찍는 데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지만 그러나 아프리카를 찾은 여행객은 짧든 길든 현지인들과 같이 지내며 그들의 문화를 체험하고 그들과 소통하며 이해하려 한다.

 관광객들은 멋진 호텔에 머물며 서양식 아침 혹은 저녁 식사를 하고 관광 상품의 일환으로 특별히 준비된 현지 음식을 즐기며 호텔에 딸린 수영장에서 휴양을 하지만 여행객은 현지인이 가는 식당에서 현지인이 먹는 음식을 먹고 현지인과 같이 그들의 문화를 체험하면서 이해하고 소통한다.

 거대한 크루즈선을 타고 며칠 동안 지중해나 북유럽의 아름다운 항구에 기항하면서 다양한 관광 상품을 이용하고 명품 쇼핑을 하고 난 뒤 주위사람들에게는 멋진 여행을 다녀왔다고 하면 여행과 관광의 차이에 대한 개념이 없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여행의 목적은 편안하고 안락하게 고급 관광 상품을 즐기고 돌아와서 남들에게 자랑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행이란 집 대문 밖을 나서는 순간부터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환경들, 새로운 문화들과 접촉하고 교감하면서 매순간을 즐기고 비록 이러한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어려움과 고통을 당하더라도 이러한 순간에서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고 성찰하는 여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따라서 여행은 젊은 나이에 시작할수록 좋다.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도도히 밀려온다. 어느 누구도 그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창의적인 인간들만이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곧 우리 눈앞에 펼쳐진다. 그러나 사교육과 주입식 교육에 찌든 우리의 소중한 젊은이들이 세상의 큰 흐름을 읽지 못하고 진정한 자아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가슴이 아프다.

 여행을 떠나는 것은 단지 돈의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얼마나 여행을 떠나고 싶은가는 용기와 간절함의 차이라고 한다. 또한 중국 속담에는 ‘자식에게 만 권의 책을 사주는 것보다 만리의 여행을 시키는 것이 더 유익하다’라는 말이 있다. 지금 남도로부터 봄소식이 전해져 온다. 진정 ‘자신이 누구인지(Who am I ?)’ 자아를 찾아 떠날 수 있는 멋진 계절이다. 당장 대문을 박차고 새로운 자신을 찾기 위한 길을 떠나길 간절히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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