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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석 인천대 교수
‘좋은 정치가 실행되려면 무엇이 중요한가?’ 다시 말하면, ‘우리 정치가 좋아지도록 하기 위해, 제도와 사람 중 선택을 해야 한다면 무엇이 더 중요한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은 모범답안을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에게서는 ‘좋은 제도에 올곧은 사람의 선택’이란 뻔한 답이 나오기 십상이다. 반면, 서양 사람이라면 대개 제도개혁이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각설하고, 한국의 정치발전 더 나아가 국가발전을 위해서 양자 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

 여기서 우리는 역사적 사실을 돌이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1987년 제도적 민주화 이후 여럿의 대통령이 출현했고 5년 임기로 바뀌었다. 여럿 집권을 했으되, 임기 말까지 소신껏 일하면서 명예롭게 퇴임하고 국민의 존경을 받는 사람이 몇이나 되는가? 안타깝게도 역대 대통령 누구도 임기 말에는 소신껏 일하지도 못했고, 퇴임이 아주 자랑스럽게 내세울 정도로 명예로운 상태서 이뤄진 것도 아니었으며, 업적 평가도 비판적 평가가 적지 않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경력이 보여주는 리더십, 국가 경영의 비전, 그리고 승리로까지 이끈 선거운동 등 당선한 대통령들의 성취가 보여준 자질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임기 말에 이르러 소신껏 일할 수도 없고, 재임 중 발생한 주변인의 물의로 명에롭게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또 그 결과 국민 모두로부터 퇴임 후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 드물었다는 사실은 바로 우리 정치제도가 가진 문제점이 사람이 아닌 제도임을 일깨워줘 왔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 정치가 좋아지도록 하기 위해선 좋은 정치인을 대통령으로 뽑는 것과 같은 일도 중요하지만 정치제도의 개혁이 더 중요함은 분명하다.

 제도개혁의 큰 작업은 헌법과 법의 개정으로 실현된다. 이 때문에 많은 식자층들이 그리고 많은 정치인들이 1987년 개정된 헌법은 당시 시대적 필요에는 부합했지만 이제는 맞지 않기 때문에 그 법을 고치자는 개헌론을 제기했다. 그리하여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가 맞지 아니하고 그에 따라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를 따로 실시해 비효율적이니 임기도 맞추고 선거도 함께 치르도록 하자는 안이 나오기도 했다.

 5년단임제는 재선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으므로 집권자가 책임감을 덜 가지므로 재선 가능성이란 당근으로 대통령과 집권층에게 책임감을 부여하자는 4년중임제 개헌론도 나왔다. 큰 부패와 비리가 대통령 주변에서 발생하는 것은 ‘제왕적 대통령제’란 권력구조 때문이니 권력 구조를 미국식 순수대통령제로 만들자거나, 내각책임제나 이원집정부제로 만들자는 안까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개헌은 현재까지도 논의와 검토, 준비 사이에 맴돌고 있을 뿐 개헌을 통한 제도개혁의 실천이 되지 않아 한국의 정치발전 그리고 국가발전이 지체되고 있다.

 그토록 중요한 개헌이 안 되는 이유는 국민 모두 잘 알고 있듯이 특정 정파나 정치인이 자신들이 유리한가 불리한가를 주요 잣대로 삼아 개헌론을 띄우기도 하고 거두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말로는 애국과 공적 봉사를 말하지만 자기 이익을 먼저 계산하기 때문이다. 정파나 정치인들은 이 점에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하고, 국민들은 공익이나 국익보다 자기나 자파의 이익을 우선하는 정치인이나 정당의 행위를 결코 용납해서는 안 될 것이다. 2017년 3월 10일 행해진 대통령 탄핵심판은 대통령에게만 내린 탄핵심판이 아니라 정치에 대한 심판이란 어느 정치인의 말에 동의한다.

 정치, 이젠 바뀌어야 한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통해 한국은 문화적으로 일취월장했다. 단적인 한 예를 들자면, 청결해진 화장실을 생각해 보라. 한참 뒤떨어진 어느 후진 국가의 시골 화장실 같던 곳이 1988년 올림픽을 계기로 세계적으로도 손색이 없는 청결한 화장실로 바뀌었다. 그처럼 이제 우리 정치판도 바뀌어야 할 때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모든 정치인과 정당이 각성해 조속히 개헌을 통한 정치·경제·사회 제도 개혁을 통해 국가발전에 기여하기를 당부하고, 이에 대한 유권자들의 심판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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