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지붕이라 불리는 히말라야에 ‘할단새’라는 전설의 새가 살았다. 이 새는 밤에만 운다고 해서 ‘야명조’(夜鳴鳥)라고도 불린다. 이 새가 밤에만 우는 사연이 있다.

 다른 새들은 히말라야 특유의 살기찬 밤바람과 추위를 막기 위해 낮 동안 열심히 둥지를 틀거나 부숴진 곳을 수리하는가 하면, 계속해서 먹이를 장만하는 등 열심히 일들을 하지만 야명조는 둥지 짓는 일을 전혀 하지 않고 여기저기를 옮겨 다니다 밤이 되면 휘몰아치는 눈보라와 혹독한 추위, 두려움과 싸우며 울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새의 울음소리가 히말라야 현지 사람들의 귀에 "내일은 꼭 집을 지을거야"라는 소리로 들린다고 한다. 너무나도 처절하고 슬픈 이 새의 울음소리가 사람들의 귀에는 추위에 부리를 부딪치면서 고통스러움에 울며 ‘정말 내일은 반드시 집을 짓겠다’라고 다짐을 하는 것처럼 들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침이 되어 따스한 햇살이 비치면 얼었던 몸이 녹으면서 지난 밤 추위에 떨었던 일을 까맣게 잊고 집을 지으리라 다짐했던 각오는 봄 눈 녹듯이 사라지고 하루종일 즐거움을 찾아 이리저리 날아다닌다.

 그렇게 또다시 밤이 찾아와 추위가 몰려오면 낮에 일을 또 후회하고 내일은 집을 지을거야 라며 울기를 반복한다. 그렇게 야명조는 고통스러운 긴 밤과 쾌락의 짧은 낮을 번갈아 보내며 후회와 다짐을 수없이 되풀이하다가 둥지를 짓지 못해 결국엔 멸종에 이르러 전설의 새가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우리의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중요하지 않고 불필요한 일들로 인해 분주하게 지내며 정작 더 중요한 일은 놓쳐 버리거나 미룰 때가 있다. 그래서 그런지 삶을 되돌아보면 계획대로 이루어진 일보다 놓친 일들이 더 많은 듯하다.

 새해 첫 태양을 마주하며 뜨거운 가슴으로 세웠던 계획은 태산이었는데 실천한 일보다 차일피일 미룬 일이 더 많은 나의 모습이 부끄러울 뿐이다. 원효대사는 중생의 병 중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는 습관이라고 했다.

 오늘 새해 첫 그 수많은 다짐들 중에 하나를 꺼내어 실천으로 한걸음 더 다가가는 하루를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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