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성남시 의사회·약사회·간호사회 등 5개 의약단체가 공동 성명을 내고 "공공서비스로 인식하고 통제받는 요양기관에 카드수수료를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정부가 부담할 것을 촉구했다고 한다. 이들 단체는 "저수가 정책으로 일방적 희생만 강요해 의료기관 부도율이 8∼9%에 이르고, 카드 수수료 부담까지 떠안아 고스란히 경영손실로 이어진다"고 호소했다. 충분히 공감되는 주장이다. 현행 체제에서 진료비와 약값을 신용카드로 계산할 경우 3% 내외의 수수료가 카드회사로 넘어가고 그만큼은 의료기관이 손실을 입게 된다. 노력과 비용이 적정하게 분배되지 않는 공평치 못한 구조다. 게다가 일차의료기관 및 약국은 이익률도 낮은 편이고, 다른 업종들처럼 매출 단가를 임의대로 조종할 여지마저 없다. 국민건강보험법령에 의거 가격을 통제받기 때문이다.

 물론 국고를 통해 부담해야 하는가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다. 건강보험료가 본래 목적이 아닌 카드사의 이익으로 귀속될 경우 국민 정서나 보험의 재정건전성 측면에서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신용카드 사용자와 국민의 편의 증진을 도모하되, 건강보험의 재정은 훼손하지 않으면서, 의료기관의 경영 손실도 막을 신의 한 수가 분명 필요한 시점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금융당국이 직접 나서서 우대 수수료율을 주도적으로 구현하는 게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다. 기본적으로 카드결제 사업은 카드회사와 밴(VAN)이 수익을 공유하는 사업 형태를 띤다. 여기서 밴은 카드사 대신 가맹점을 모으고 결제와 관련한 전기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건당 정해진 금액을 카드사에게서 받는다. 바로 이 부분에 공적 기능을 갖춘 비영리법인을 공공밴으로 선정·관리함으로써 카드사의 매출원가를 줄이고 이를 통해 수수료를 인하토록 유도하자는 것이다.

 의료기관뿐만 아니라 대학교나 도시가스 업체처럼 공적 기능이 있는 법인까지 공공밴으로 묶어 정부 차원에서 관리하고, 카드사도 수수료 인하에 함께 동참시킨다면 공공재정을 건들지 않으면서 1% 이내로 카드 수수료율을 낮출 여지는 충분하다. 비록 공공성이 높은 영역이라도 사업주체가 민간기관인 만큼 이렇게 시장 내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게 올바른 방향일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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