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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참 좁지요

신효성 소설가/기호일보 독자위원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7년 03월 21일 화요일 제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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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효성 소설가
몇 해 전에 여섯 명만 거치면 전 세계 사람들이 모두 연결된다는 6단계 법칙으로 떠들썩했던 적이 있었다. 재미있는 법칙이라서 유명인 한 사람을 정해놓고 나와 몇 단계를 거치면 연이 닿는지 연결고리 찾아가기 게임을 즐겼던 기억이 있다.

 좁은 세상 법칙은 미국의 사회심리학자인 스탠리 밀그램이 1967년에 사람 사이의 사회적 네트워크가 얼마나 넓게 퍼져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실험한 결과물이다. 보스턴에 살고 있는 한 증권 중개인에게 소포를 전달하는 실험이었는데 출발지는 보스턴에서 자동차로 24시간, 거리로는 2천525km 떨어진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 살고 있는 160명에게 소포 전달을 요청했다.

 증권 중개인을 찾아 미국 전국을 돌아다니던 소포는 결국 증권 중개인에게 전달이 됐다. 거치는 단계는 짧게는 3명, 아주 복잡하게 길어지면 11명을 거치기는 했지만 평균 5.5명의 손을 거쳐서 소포가 전달됐다. 그래서 나온 결론이 여섯 명만 거치면 세상 사람들은 모두가 서로 아는 사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혈연, 지연, 학연이 끈끈한데다가 단일민족이다 보니 네트워크 연결 실험에서 평균 3.85단계만에 전달이 가능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문제는 지인의 숫자가 아니다. 나와 네가 얼마나 정서의 공감을 나누고 공유하는 사이인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실제 SNS 친구가 아무리 많다 해도 정기적으로 연락을 하는 사람은 150명 정도이고 이마저도 협착된 관계로 분류할 수 있는 끈끈한 사이인 사람은 20명 선이 된다고 한다.

 영국의 문화인류학자인 로빈 던바 교수의 발표도 의미심장하다. 한 사람이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최대가 150명 선이라고 한다. 사회심리학은 사람과의 관계를 보여주는 학문이라 흥미롭다. 150명의 시조를 찾아봤더니 옛날 원시공동체 마을의 구성원 숫자가 150명 선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마을도 조직도 150명이 넘으면 둘로 나누어야 업무도 관계맺음도 효율적이라고 했다.

 적정 인원 이하에서 만들어진 관계는 심도 있는 인연으로 이어지지만 과유불급의 폐해를 보여주는 친구 늘리기 관계맺음은 결속이 약해서 어수선하기만 하지 진실한 인연이 아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같은 소셜네트워크를 타고 방문한 이들은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인지 전혀 모르는 사람인지가 중요하지 않다. 취미가 같아서 취향이 닮아서 친밀도가 상승하게 되면 전혀 몰랐던 일상을 공유하며 낯선 사람에서 친구로 우호적으로 진화한다.

 지인의 카카오스토리를 구경하다가 내 지인과는 전혀 연결고리가 없는 이의 방문 기록을 보게 됐다. 그 사람은 지식팔이를 하면서 투자를 유도해 들어보면 그럴듯하지만 실제는 진정성이 없는 사기 수준이었다. 불쾌했던 사람이라 연결을 차단했었는데 나의 지인의 SNS를 타고 들어와서 흔적을 남겨 놓았다. 닫아도 열어 놓아도 문제는 생길 것이라 속 시끄럽지 않으려면 계정을 닫아버리는 것이 안전하겠지만 소셜네트워크를 추방시키면 후폭풍이 크다. 인터넷이 주류로 자리 잡은 세상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면 모를까 소외로 공허하고 외로울 것이 분명하다. 지인을 만나서 그 사람의 카카오스토리 출입을 통제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 전달을 했다. 혹시 예전처럼 꿍꿍이속이 있나? 신경이 쓰여서다. 게다가 그 사람과는 아무 연고가 없는 지인이라 지인에게 손해가 발생할까 봐서 마음이 찜찜했다.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것처럼 진퇴양난 한동안 굳어 있다 내린 해결책이다. 좋은 인연으로 와서 선한 공존으로 동행하는 인연이라면 두 말할 것도 없다. 환영이다. 세상은 넓고도 넓다고 하는데 해를 끼치고 유유자적 나타난 그 사람을 보니 세상이 좁은 것도 같다. 아무쪼록 고맙거나 감사할 사람을 만나는 세상은 좁아서 자주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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