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셋째 부인 서미경 법원 출석 … 미스 롯데 출신, 36년 만에 다시 스포트라이트

롯데그룹 경영 비리와 관련해 횡령·탈세 등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 회장과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등 총수 일가가 20일 나란히 법원에 출석했다.

특히 신격호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에 있는 서미경 씨도 처음으로 법원에 출석했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셋째 부인인 서미경 씨는 사실혼 관계를 맺은 이후부터 일본에 체류하며 언론에 일체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미스 롯데 출신으로 활발한 연예계 활동을 이어가다 갑자기 자취를 감춰버린 지 36년 만에 카메라 앵글에 잡혔다.

AKR20170320117300030_01_i.jpg
▲ 신격호 총괄회장의 셋째 부인 서미경 씨가 20일 법원에 출석했다.
이들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김상동) 심리로 열린 롯데 오너 일가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배임) 등 혐의 1차 공판에서 시간차를 두고 등장했다. 법원에 가장 먼저 출석한 이는 서미경 씨로 오후 1시33분께 법원에 도착했다.

서미경 씨는 옅은 미소를 보이며 취재진이 "검찰 조사에 왜 매번 출석하지 않았는가",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권을 어떻게 따 냈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침묵으로 일관한 채 곧장 법정으로 향했다.

다음으로 신동빈 회장이 오후 1시47분께 도착했다. 신동빈 회장은 차에서 내리서면서부터 줄곧 굳은 표정을 지으며 취재진에게 "심려 끼쳐 죄송하다.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재판이 시작되기 10분 전인 오후 1시50분께 도착했다. 그는 "롯데 비리가 계속 언급되는 것에 책임감을 느끼지 않는가", "심경 한 마디 해 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입을 열지 않았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재판이 시작된 오후 2시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오후 2시15분에 법원에 출석했다. 법원 청사에 도착한 그는 경호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힘겹게 휠체어에 올라탔다. 경호원들은 그의 손에 지팡이를 쥐여 주고 무릎에는 담요를 덮었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공짜 급여를 받은 것이 맞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이들은 앞서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며 혐의를 부인한 바 있다. 지난 10월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신동빈 회장 등 롯데그룹 총수일가 5명을 비롯해 임원 총 24명을 무더기 기소했다.

검찰은 1753억 원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등의 혐의로 신동빈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신동빈 회장은 신동주 전 부회장과 서미경 씨, 그의 딸인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 등과 함께 모두 508억 원의 급여를 부당 수령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858억 원의 탈세, 508억 원 횡령, 872억 원 배임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차명으로 소유한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3%를 신영자 이사장에게 증여하고 1.6%를 서미경 씨에게 증여하며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한 매매로 가장해 탈세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10년간 한국 롯데 계열사 여러 곳에 등기임원으로 이름만 올리고 391억 원 상당의 급여를 부당하게 챙긴 혐의 등을 받고 있다.

한편 지난달 27일 법원은 서미경 씨가 재판 출석 가능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으면서 구속영장을 발부하겠다고 경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김상동 부장판사)는 당시 롯데그룹 총수 일가에 대한 4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첫 공판에 피고인이 나오지 않으면 형사소송법상 조치를 할 수 밖에 없다"며 "서미경 씨가 첫 번째 공판기일에 출석하지 않으면 구속영장을 발부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현재 여권무효 조치가 돼 있는 상황"이라면서 "서미경 씨가 첫 공판에 나오지 않으면 범죄인 인도청구를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서미경 씨 측 변호인은 "첫 기일에 불출석하고 바로 구속영장 발부하는 것은 좀 고려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러면서 "서미경 씨가 여권 무효화 조치를 받았기 때문에 재판 들어왔다가 다시 출국하지 못하게 될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며 "출석하지 못하면 진행에 차질 없도록 재판부에 미리 얘기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첫 기일에는 모든 피고인이 출석하는 것이 원칙"라면서 "변호인 얘기는 고려하겠지만 특별한 건강상의 사유나 정당한 사유가 없는 이상 법적으로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첫 기일에 안 나오면 바로 조치를 취하겠다"고 응수했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