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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기 (사) 인천언론인클럽 명예회장
지난 18일 새벽 소래포구에 큰불이 나 300개가 넘는 좌판 점포가 잿더미로 변했다. 화재발생 시간이 영업이 끝난 새벽 1시~2시 사이어서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소래포구는 총 4개 지역으로 구분돼 비닐천막으로 된 가건물 형태의 좌판 332개가 설치돼 있다. 이 가운데 3분의 2가량이 몰려있는 구역에 피해가 가장 컸다. 이 밖에 뒤편 2층 건물에 들어선 횟집 등 점포 41개 중 절반 이상이 피해를 입었다. 불은 2시간 30분 만인 이날 새벽 4시께 진화됐으나 이 화재로 인해 소래포구는 모든 게 흔적 없이 사라진 것이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좌판 바닥에 불에 녹아 끊어진 여러 개의 전선을 수거해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이 전선들이 좌판 영업에 필요한 수족관과 겨울철 전기장판 등 각종 전기용품 등을 사용하는데 쓰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CCTV 영상에서 화재 발생 시각에 사람이 드나든 흔적을 전혀 찾을 수 가 없어 전기적인 요인에 의한 발화 가능성이 크다는데 중점적으로 감식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인천시 논현동에 위치한 소래포구는 1931년 일제가 천일염을 수탈하기 위해 만든 작은 포구로 1990년대까지 소래염전은 소금을 만들어 냈다. 1937년 국내 유일의 협궤열차인 수인선이 개통돼 소래포구 옆을 통과하면서 한국전쟁 이후인 1960년대부터 실향민이 이곳에 자리를 잡으면서 포구가 형성된 곳이다. 더욱이 이번 화재로 잿더미가 된 소래포구는 2015년 해양수산부로부터 국가 어항으로 신규 지정된 곳이다. 위판장, 직판장, 물양장 등 리모델링 사업에 국비 237억 원을 지원 받을 수 있는 계기였다. 시장상인들은 꿈에 부풀었다. 해수부가 물양장 부지인 현 전통어시장을 허물고 현대식 시장으로 다시 만들어 준다는 방안을 내놨으나 이것도 탄핵정국으로 국가어항 지정이 하반기로 미뤄졌다. 소래포구는 어선의 정박시설을 갖춘 전통어항으로 연간 1천500여만 명이 찾는 수도권 대표 관광지다.

 이번 소래포구 화재가 인재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여러 곳에서 나타난다. 2014년 소방안전협회가 소래포구 어시장에 대해 점포에 각종 낡은 전선이 어지럽게 얽혀 있어 합선이나 누전이 예상된다며 관할 구청에 전기시설 개보수의 시급성을 지적 했으나 불이행했다. 소래포구는 2010년에도 화재로 25곳의 점포를 태웠고 3년 뒤인 2013년에도 전통어시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점포 36곳이 불에 탔다. 이번 화재도 상인들은 화재 발생 원인을 인근에 설치된 변압기의 폭발로 의심하고 있다. 지난해 새 것으로 교체했음에도 문제가 많아 상인회가 최근까지 자주 민원을 제기했다는 것이다. 천막 옆에 붙은 변압기에서 새까맣게 불탄 흔적이 확인될 뿐 아니라 첫 신고자도 ‘펑’하고 터지는 소리를 듣고 소방서에 신고했다고 한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누전이나 난방기 불법 사유 등의 동일한 문제들이 화재의 발생 원인으로 지적돼 왔지만 정작 대책 마련은 우리에게 공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 왜 민원이 제기되는 현장에 나가 내용을 확인하지 않는가! 현장 확인에서 문제가 나타나면 교체하든가 수리하든가 하는 사전 예방 수칙을 실행하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화재 발생 때마다 영업 재개를 위한 빠른 복구에만 치중하다 보니 화재 예방시설 확충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소홀히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소래포구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월미도와 함께 가족나들이,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큰 인기를 누렸다. 현재도 갯벌 체험과 싱싱한 해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 인천시가 10대 축제로 꼽는 소래포구 축제는 올해로 17회째 맞는다. 매년 10월에 열리는 이 축제는 김장철에 맞춰 각종 젓갈을 사려는 이들과 축제를 즐기려는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신선하고 맛좋은 해산물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소래포구 어시장은 도시형 수산관광과 유통 중심의 어항으로 이번 기회에 재개발돼 다시는 이 같은 참사가 발생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이번에도 책임자나 책임관서는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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