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신학기가 시작된 이래 경기도에서만 고교생 4명이 잇따라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전해져 지역사회와 교육계에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고 3학생이 의정부와 용인에서, 이보다 앞선 11일에는 고 1학생이 김포와 고양에서 각각 성적 및 가정불화 등 신변 비관을 이유로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한다. 펴 보지도 못한 꽃다운 나이에 젊음을 마감할 수밖에 없게 만든 그 무언가와 마지막 순간까지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못한 우리 사회의 무관심을 돌아보며 깊은 상실감과 절망감을 느끼게 된다.

 교육부에 따르면 학기 초인 3월과 9월이 평균치에 비해서 사고발생이 2∼3배 정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방학 동안 여유로운 시간 속에 지내다 개학과 함께 학습부담, 자존감 훼손 같은 스트레스가 발생하면서 정서적·심리적 안정감이 무너진 건 아닌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이러한 환경변화에 따른 피해는 일차적으로 가족이 세심하게 관찰하고 보살피는 것만으로도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극단적 행동으로 옮기기 전까지 ‘자신을 붙잡아 달라는 무의식적인 위험신호를 보낸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같은 맥락에서 전국 시도교육청이 자살 고위험군 학생들을 파악하기 위해 실시하는 ‘정서행동 특성검사’도 보완돼야 할 것이다.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학생의 8할 정도가 실제 검사에선 정상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응답에만 의존하고, 1학년만 실시하는 현 검사 방식은 정확성과 실효성 등 여러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아울러 학기 초에는 별도의 관련 예방교육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스트레스가 유발하는 해로운 감정을 조절하고, 자아에 대한 존중감도 확고히 세울 수 있는 교육이 절실하다. 통념과 달리 청소년의 우울증 발생 비율은 성인보다 높다고 한다. 학업에 대한 부담과 수면부족, 친구 간 따돌림, 최근엔 소셜미디어의 부작용까지 겹치면서 정신건강에 미치는 해로움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여기에 가정불화 같은 스스로 통제하기 어려운 일까지 겹치면 증상은 악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우리 사회가 다 함께 책임을 공유하고, 교육·문화 등 여러 곳에서 청소년들이 안전하게 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는 것만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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