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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홍근 화성시의회 부의장
지난번 드린 편지에서는 수원 군전투비행장 이전 추진에 대해 환경정의와 민주주의 측면에서 재고해 주실 것을 이야기했습니다. 이번에는 수원전투비행장 예비이전 후보지로 선정된 화성호와 매향리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지역에 대한 이해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감히 전투비행장이라는 이야기는 나올 수 없다고 봅니다.

화성호와 매향리는 지리적으로 바로 옆에 위치하면서 한 몸이나 같은 곳입니다. 생태적으로도 긴밀하게 연동돼 있습니다. 또한 두 지역 모두 많이 상처받았고 아팠던 곳이고 아직 그 상처가 채 아물지 못한 곳입니다.

수원전투비행장 예비이전 후보지로 선정된 곳을 국방부는 화옹지구라 불렀습니다만, 화옹지구 우정단지 간척지 개발사업지(화성호) 라고 부르는 게 정확할 것입니다.

간척사업은 2000년 초반까지만 해도 국토 확장을 통한 농경지 확보라는 명분으로 국책사업으로 진행돼 왔습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이후 정부 차원에서 더 이상의 간척사업은 진행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했습니다. 갯벌과 바다를 가로막는 간척사업은 수많은 생명들과 고유한 자원을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절단 내는 사업임이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환경과 갯벌에 대한 인식증진이 이뤄진 것은 시장님과 같은 선배 환경활동가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깊은 상처를 받은 화성호는 다시 되살아나고 있는 기회의 땅이며 화성시뿐만 아니라 2천만 수도권 시민을 위한 미래의 공간입니다. 해수유통을 통해 바다와 육지를 잇는 생명의 다리를 형성할 예정입니다. 이어진 간척지 일부에는 농업, 축산, 관광, 연구기능 등이 융복합된 에코팜랜드를 조성 중에 있습니다.

매향리는 시장님도 충분히 아시겠지만 국제적으로도 유명한 미공군 국제폭격장이 있던 곳입니다. 밤낮을 가리지 않는 전투기들의 폭격연습은 인근 주민들의 몸과 마음에 깊디 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임산부를 포함해 수많은 생명이 스러진 곳입니다.

반세기 동안 길게 이어지던 전쟁연습장이 중단된 것은 기적 같은 일입니다. 전만규 위원장님을 비롯한 마을 주민들의 질긴 저항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시민사회의 동참과 응원, 그리고 시장님 같은 선배 환경활동가들의 헌신이 큰 힘이 됐던 것입니다.

매향리는 이제 상처를 딛고 생명평화와 치유의 공간으로 되살아나고 있는 중입니다.

전투기 소음과 폭격이 울리던 곳에 평화생태공원을 조성 중에 있습니다. 국립수목원과의 협약을 통해 보다 꼼꼼하게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고, 미래세대를 위한 국내 최대의 유소년야구단지가 준공을 앞두고 있습니다.

깊었던 상처 딛고 이제 겨우 새살이 돋아나는 화성호와 매항리에 더 깊은 상처를 남기는 전투비행장이라니요? 화성호와 매향리를 두 번 죽이는 행위를 거두어 주십시오.

전투비행장 예비이전 후보지 소리에 잠 못 이루며, 대책회의에 나올 때마다 떨리는 가슴 진정시키기 위해 우황청심환을 드시고 나오신다는 전만규 위원장님과 주민들의 소박한 꿈을 짓밟지 말아 주십시오.

존경하는 염태영 수원시장님.

화성호와 매향리 지역은 수원전투비행장 주변보다 인구는 적을지 몰라도 그 이상으로, 비교할 수 없이 많은 생명들이 살아가는 곳입니다.

매향리 갯벌과 화성호는 세계적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저어새를 비롯해서 수많은 물새들의 서식지입니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호주에서 월동을 마친 큰뒷부리도요와 붉은어깨도요 수만 마리가 화성호와 매향리 갯벌을 비행합니다.

전투기보다는 도요물떼새의 군무가 어울리는 지역입니다. 조만간 저녁노을을 수놓는 수만 종 생명의 축제에 존경하는 시장님을 초대하겠습니다.

2017년 3월 화성에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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