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이 침몰 위기에 내몰린 대우조선해양에 신규자금 2조9천억 원을 투입한다.

 채권단과 금융당국은 2015년 10월 4조2천억 원 지원을 결정한 뒤 "더 이상의 추가자금 지원은 없다"고 했으나 전격적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번 자금 지원에는 대우조선에 돈을 빌려준 국책은행, 시중은행과 회사채 채권자가 대출금 2조9천억 원을 주식으로 바꿔주는(출자전환) 등 강도 높은 채무 재조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신규자금과 출자전환, 만기연장을 포함하면 모두 6조7천억 원 규모의 추가 지원이 이뤄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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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우조선해양 옥포 조선소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채무 재조정에 실패할 경우 채권단은 대우조선을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를 결합한 새로운 기업회생 방식인 ‘프리패키지드 플랜(Pre-packaged Plan·P플랜)에 집어넣기로 했다.

 대우조선의 최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23일 이 같은 내용의 ’대우조선 구조조정 추진 방안‘을 밝혔다.

 대우조선에 자금 투입을 결정한 지 2년도 안 된 시점에 또 추가 지원을 발표하게 된 것은 이 회사가 당장 다음 달부터 유동성 위기에 처하기 때문이다. 4월 21일 4천400억 원을 시작으로 내년까지 회사채 1조5천억 원을 갚아 내야 한다.

 2015년 중순 5조원대 분식회계가 드러난 후 국책은행의 자금 지원·출자전환을 통해 7조 원 이상이 투입됐지만, 수주 절벽이 길어지면서 회사 자금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2조8천억 원을 지원해 7천%대에서 900%대로 떨어뜨린 부채비율은 4개월도 안 돼 2천700%로 치솟았다.

 이번 지원 방안의 핵심은 시중은행과 회사채 투자자를 포함한 모든 채권자의 손실 분담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이 ‘독박’을 쓰는 구조를 더는 끌고 가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를 위해 채권 금융기관과 사채권자들은 대출금 총 2조9천억 원을 출자전환한다. 나머지 9천억 원은 만기를 3∼5년 연장하고, 이자를 연 3% 이내로 낮춰줘야 한다.

 회사채·기업어음(CP) 투자자는 전체 채권 1조5천억 원의 50%를 출자전환할 것을 요구받았다. 대우조선 회사채는 국민연금·우정사업본부·은행·보험 등 기관투자자가 70%를, 나머지 30%는 개인이 들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시중은행도 무담보채권 7천억원 중 80%를 출자전환해야 한다.

 채권단은 시중은행에 법적 구속력이 있는 계약서를 받아내 구조조정에 참여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무담보채권 1조6천억원 100%를 출자전환한다.

 시중은행과 회사채 투자자들이 이런 ‘고통 분담’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대우조선의 회생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되면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채무재조정에 동의하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판단하면 발을 빼려할 수 있다.

 이에 산은과 수은은 시중은행과 회사채 투자자가 채무 재조정안을 거부할 경우 곧바로 대우조선을 P플랜으로 보낸다는 ‘배수진’을 쳤다.

 법정관리의 일종인 P플랜에 들어가면 법원이 강제로 채무조정을 하게 돼 채권자가 더 큰 폭의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P플랜은 채권단의 자금 지원을 전제로 3개월 정도의 단기 법정관리를 거친다. 법원이 빚을 신속하게 줄여주면 채권단이 신규 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이다. 실행될 경우 대우조선이 첫 사례가 된다.

 채권단과 정부는 벌써 회생법원과 P플랜 돌입에 대비한 협의를 시작했다.

 대우조선도 임금 삭감, 감원 등 추가 자구노력을 해야 한다.

 임금 반납·무급 휴직을 통해 올해 인건비를 25% 줄이고 현재 1만 명인 직원(직영인력)을 1천명 더 줄이기로 했다.

 시중은행과 회사채 채권자가 채무 재조정에 합의하고 대우조선 노조가 자구계획 이행에 협력할 경우 산은·수은은 신규자금 2조9천억원을 대출 형태로 투입한다.

 시중은행과 회사채 투자자들이 출자전환한 주식이 원활하게 현금화될 수 있도록 올해 하반기 중 대우조선 주식거래 재개도 추진하기로 했다.

 채권단 계획대로 구조조정이 진행되면 대우조선의 매출액은 지난해 말 12조7천억 원에서 5년 뒤 6조2천억 원이 된다. 회사 사이즈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부채비율은 250%대로 떨어지고, 사업구조는 경쟁력 있는 고부가상선과 방산 위주로 재편된다.

 채권단은 대우조선이 당장 도산하면 국가 경제적 비용이 59조 원 발생한다면서 회사를 살려두면 도산 시 파급 효과를 26조 원(2020년 말 기준)으로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미 수주해 짓고 있는 배 110여척의 계약 취소와 대우조선에 딸린 근로자 5만명의 실직, 협력업체 도산 등을 가정한 금액이다.

 더 큰 손해를 피하기 위한 결정이라지만 대우조선에 "돈이 더 들어갈 일은 없다"고 장담했다가 1년 반도 안 돼 말을 바꾼 데 대한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채권단은 대우조선의 부실을 초래한 저가 수주 선박이 70% 이상 인도되는 2018년까지 회사를 살려둔 위 인수·합병(M&A)을 시도할 계획이다.

 채권단은 "국내 조선산업 내 규모의 경제를 시현하고, 과당 경쟁에 따른 저가 수주·과잉 공급 해소를 위해 빅3(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를 빅2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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