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침략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안중근 의사의 추모식이 오는 26일 순국장소인 중국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시 뤼순커우(旅順口)구에서 개최될 예정인 가운데 행사 주최가 국가보훈처에서 민간단체로 바뀐 것으로 확인됐다.

 안중근 의사 순국 추모식은 지난 2015년부터 2년 연속 정부행사로 열렸으니 올해는 중국측의 요구에 따라 변경됐다.

 23일 중국 동북3성 교민사회 등에 따르면 작년 3월 열린 안중근 의사 순국 106주년 추모식은 국가보훈처 주최 정부행사로 열렸으나 올해는 다롄한국인회(회장 박신헌)와 ㈔한중친선협회(회장 이세기 전 통일부 장관) 공동 주최로 개최된다.

 이에 따라 지난해 추모식에 국가보훈처 차장과 주중 한국대사관 정무공사 등 정부측 인사 2명를 포함해 총 400여 명이 참석했으나 올해는 한중친선협회 회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동북3성 자문위원, 교민 등 100여 명 참석 예정으로 행사 규모가 크게 축소됐다.

 이는 현지 중국 당국이 추모행사 참석자 간소화 등을 요구한데 따른 것이다.

 추모식 실무를 맡은 한 관계자는 "중국측에서 추모식 행사에서 ‘한국 국가보훈처 명의가 노출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입장과 함께 의전 간소화를 요구했다"며 "그 정도 선에서라도 행사를 의미있게 치르기 위해 중국측의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다롄한인회와 한중친선협회는 안 의사 순국 기념일인 오는 26일 오전 10시 뤼순커우 소재 뤼순감옥박물관에서 안중근 의사 약전 밑 유언 봉독, 추모사, 헌화 등의 순으로 추모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한국 참석자들을 맞은 중국측 인사도 하향 조정됐다.

 작년엔 탕쥔(唐軍) 당시 다롄시 당위 서기(현 국가공상행정관리총국 부국장)가 한국측 주요 참석자와 면담했으나 올해는 왕중궈(王忠國) 다롄시 부비서장이 응대할 예정이다.

 공식 추모식 외에 이날 대련한국국제학교의 추모행사, 조선족 동포들로 구성된 다롄안중근연구회의 추모 학술대회가 각각 열린다.

 교민 이 모 씨는 "추모행사 주최인 보훈처를 노출시키지 말라는 중국측의 요구는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에 따른 보복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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