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떠오른 세월호, 사방에서 분노 … "침몰할 때도 인양될 때도 박근혜는 없었다"

23일 세월호가 3년 만에 물 위에 떠오르면서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세월호 분향소에는 시민들의 발길이 밀려들었다. 세월호는 지난 2014년 4월16일 침몰한 뒤 1073일에 떠올랐다. 인양을 두고 정치권의 갑론을박 등 숱한 갈등 속에 근 3년 만에 바다 위로 떠오른 것이다.

세월호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은 영정 앞에서 목례하거나 기도를 했다. 안쓰러워하는 표정으로 한동안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들의 이름을 바라보며 눈물을 짓는 이들도 많았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김모(39) 씨는 어린 아들과 함께 분향소를 찾아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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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세월호가 3년 만에 떠오른 가운데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 교장실에 세월호 참사 당시 미수습된 학생들의 책상이 그대로 보존돼있다.
김 씨는 "아이들이 살려달라고 죽음의 공포와 맞서던 모습이 안 보여도 그냥 그려지고 그냥 내 일인 것 같다"며 "아이를 잃은 부모 맘이 어떤 것이겠냐. 이제라도 인양을 한다니 정말 다행이다. 조속히 미수습자 수색에 나서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은 세월호가 인양 작업을 시작하자마자 빠른 속도로 떠오른 것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분향소를 찾은 박모(28) 씨는 "이렇게 빨리 인양될 수 있었던 것을 왜 이제야 끌어올리냐"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미수습자 시신을 찾지 못할 가능성이 많은데 정부가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강한 분노감을 표출했다.

정부는 그동안 거센 파도와 기상 상황, 낮은 수온 등 환경적인 요인을 들면서 어쩔 수 없이 세월호 인양이 지연됐다고 설명해왔다. 광화문 광장을 찾은 이모(60) 씨는 "인양되는 걸 보니 정부가 그동안 거짓말만 잔뜩 한 것 같다. 세월호 인양이 이렇게 쉬운 걸 왜 3년 만에 떠오르게 하는가"라며 "바람은 겨울보다 봄에 더 많이 불고 수온은 4월보다 지금이 더 낮다. 결국 정부의 인양 지연이 드러난 거다. 대통령 탄핵 이후에 바로 인양하는 것도 웃기는 일"이라며 핏대를 세웠다.

이날 분향소를 찾는 시민들의 발길은 12시부터 많아지고 있다. 근방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세월호 분향소를 찾는 것으로 보인다. 광화문광장 세월호 분양소는 오전 7시30분에 문을 연다. 직장인들의 퇴근 시간대에도 발걸음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네티즌들도 3년 만에 떠오른 세월호에 의문점을 보내면서 애초부터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인양 의지가 없었다며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이날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대다수 네티즌들은 "어떻게 대통령 파면되니 저렇게도 금방 올라오는가", "왜 지금까지 3년이란 기간을 멀뚱히 지켜본 것인가. 매번 똑같이 반복되는 사계절 날씨가 3번이나 지났다. 관련자 반드시 처벌해야한다", "올림머리 할 시간에 세월호 올렸겠다", "3년이나 방치한 것을 왜 이제야. 타이밍이 너무 의심스럽다", "세월호가 침몰할 때도 박근혜는 없었고 세월호가 인양돼도 박근혜는 없었다"며 사방에서 분노를 토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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