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업도는 행정구역상 인천시 옹진군 덕적면에 속한 작은 섬이다. 황홀한 비경을 품고 있어 ‘한국의 갈라파고스’라 칭한다. 더불어 ‘백패킹(Backpacking·1박 이상의 야영생활에 필요한 장비를 갖추고 떠나는 등짐여행)의 천국’으로도 불린다.
굴업도에 가기 위해서는 인천 연안부두에서 배를 타고 덕적도(도우선착장)에 도착해 다시 굴업도로 들어가는 철부선으로 갈아타야 한다. 홀수 날에 가면 편도 1시간 정도를 절약할 수 있는데, 짝수 날은 굴업도 주변 섬을 들렀다가 가기 때문에 1시간이 더 소요된다.
‘굴업도(掘業島)’라는 이름은 섬의 형태가 사람이 허리를 굽혀 일하는 모습과 같아서 붙여졌다고 한다. 굴업도는 크게 ‘동섬’과 ‘서섬’이 목기미사주로 연결돼 있다. ‘동섬’은 연평산과 덕물산이 있어 경사가 심하고 섬소사나무와 소나무 등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서섬’에는 완만한 구릉의 개머리능선이 자리잡고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대부분이 초원으로 이뤄져 있다. 오랜 기간 해풍과 파도로 만들어진 기암괴석과 아름다운 모래 해변, 얕은 산을 두루 갖춘 이곳은 백패킹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목기미사주는 파도에 의해 해안가 모래들이 운반돼 쌓여서 두 개의 섬(동섬과 서섬)으로 나눠져 있던 굴업도를 이어준 해안가 퇴적지형이다. 지금도 목기미사주 주변에는 바람에 이동한 모래가 산기슭에 쌓여서 현생 해안사구를 형성하고 있다. 목기미사주에서 연평산 산책로를 걷다 보면 북동쪽 해안가에는 코끼리 모양을 하고 있는 시 스텍과 시 아치가 발달돼 있어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마을이 조성된 남쪽 해안 해수욕장의 동쪽 끝에는 굴업도의 유일한 부속 섬인 ‘소굴업도’라 불리는 ‘토끼섬’이 있다. ‘토끼섬’은 간조 때만 걸어서 갈 수 있는 섬으로 한때 주민들이 토끼를 풀어 놓고 키웠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토끼섬의 동쪽 해식 절벽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긴 ‘해식와’가 발달돼 있다. ‘해식와’란 해안가 절벽이 파도에 의해 침식돼 생긴 작은 동굴이 수평 방향으로 이어진 특이한 지형이다. 토끼섬에 발달된 해식와는 천연기념물로 지정이 예고됐지만 현재는 여러 문제로 보류되고 있다.
굴업도 해수욕장에서 멀리 남쪽 바다를 바라보면 3개의 바위로 이뤄진 특이한 모양의 선단여가 한눈에 들어오는데, 이곳에는 서글픈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백아도에 늙은 부부와 남매가 살고 있었는데 부모님이 갑자기 돌아가시자 외딴섬에서 외롭게 살고 있던 마귀할멈이 여동생을 납치한다.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된 오빠는 배를 타고 낚시를 하던 중 풍랑을 만나 이름 모를 섬에 흘러들어 가게 된다. 그곳에서 아름다운 아가씨를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이 여인은 10여 년 전 헤어졌던 자신의 여동생이었던 것이다. 이들의 사랑을 안타깝게 여긴 하느님은 선녀를 보내 둘의 관계를 설명했으나, 남매는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고 고집을 부린다.
이들에게 노한 하느님은 오빠와 동생 그리고 마귀할멈을 번개를 맞게 해 죽게 했다. 그 후 이곳에는 3개의 절벽이 솟아나게 됐고, 이를 애통해 하던 선녀가 붉은 눈물을 흘리며 승천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 바위를 ‘선단여’라고 부른다.
그러나 지금은 무분별한 백패킹으로 굴업도가 더 이상 백패커들의 성지로 불릴 수 없는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초보 백패커의 작은 실수가 빚은 화재 사건으로 개머리 능선과 소사나무 군락지 상당의 초지가 재로 변하고 말았다.
천혜의 비경과 자연유산의 보고인 굴업도를 보존하기 위한 일련의 프로젝트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정리=최유탁 기자 cyt@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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